
거룩과 경건, 경계를 걷는 사람들
예루살렘의 이른 아침. 아직 버스가 다니기 이른 시각임에도 부지런히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있다. 예루살렘 올드 시티(구예루살렘)에 위치한 서쪽 벽(통곡의 벽)을 향해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검은 챙 모자 혹은 검은 키파(유대인 남자들이 머리에 쓰는 동그란 모자)를 머리에 쓰고 새벽부터 아침 기도를 드리러 가는 길이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서 첫차를 타러 나온 직장인들 사이를 지나서 기도 숄을 들고 모자를 쓰고 지나가는 검은 양복의 유대인들을 볼 수 있는 이런 풍경이 예루살렘의 일반적인 아침의 모습이다.
유대인들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모습들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오는 사람들이 예루살렘에서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사람들은 종교 유대인들이다. 종교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전체 인구의 20%가 조금 넘는다.
유대인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지역 출신에 따라서 ‘아쉬케나지’라고 불리는 서유럽 출신과 ‘스파라디’라고 하는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중동 출신의 유대인들이다. 이들 가운데서 종교인과 세속인들이 갈려져 나온다. 아쉬케나지 종교 유대인들이 있고 스파라디 종교유대인들이 있다. 종교 유대인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정 양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다닌다. 그 외의 유대인들은 우리와 같은 복장으로 살아간다.
종교 유대인들을 히브리어로 다티(Dati)라고 부른다. 그리고 세속적인 유대인들을 부르는 말은 힐로니(Hiloni)이다. 종교 유대인들 속에도 하시딤(Hassidim)이라고 하는 정통파 종교인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검은 양복의 유대인들이 바로 하시딤이라고 하는 이들이다.
보통의 유대인들, 종교 유대인들이 아닌 이들 가운데서도 종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지칭하여 다팀(Datim : 다티의 복수형)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정통파 종교 유대인들처럼 검정 옷을 입지는 않지만 키파를 쓰거나 시간이 되면 기도를 드리는 종교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유대인들 가운데서 힐로니라고 불리는 세속 유대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속적인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다. 그들 중에는 평생에 한 번도 회당에 가지 않고 토라를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종교 유대인들은 보통 자신들만의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간다. 어디를 가던 종교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마을을 만들어 산다. 이들은 현대 문물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요즘도 그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2G폰을 사용하며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첨단 기기들을 멀리한다. 보통 4~5명의 아이를 낳고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대부분 부인들이 돈을 벌어온다.
최고의 남편감은 토라(구약의 모세오경)를 연구하는 남자이다. 최고의 남자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까지 성경을 연구하여 랍비가 되는 사람이다. 그런 가장은 집안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이르러서 이들의 가치관과 모습들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스마트폰은 코셔(Kosher, 이스라엘 유대인들의 정결법)를 통해서 걸러진 코셔폰이 생겨나고 막혔던 인터넷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에 사는 종교 유대인들은 거룩과 경건, 경계를 걷는 자들이다. 그들 가운데서도 딜레마 안에서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종교인으로서 살아가지만 거룩함을 지킨다는 것이 모든 삶으로부터 단절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의 삶을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들이 우리보다 더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가 겉으로만 보고 생각해 왔던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여전히 삶 속에서 자신들의 경건함과 하나님의 거룩함이 어떤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이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