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삼 장로·이자익 목사의 신앙유산 살아있는 곳

전북 김제 금산면 모악산 기슭에 한국기독교 초기의 교회 모습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ㄱ(기역)자 모양의 금산교회가 있다. 미국 남장로교 테이트(한국명 최의덕) 선교사가 세운 금산교회는 1905년 조덕삼의 집 사랑채에서 처음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 교인들이 늘어나자 유지이자 갑부였던 조덕삼이 사재를 털어 인부를 동원하고 모악산에서 주춧돌을 가져다가 건축에 힘쓴 결과 1908년 4월 4일 교회가 완성됐다.

 ㄱ자형으로 지어진 이유는 ‘남녀 7세 부동석’이라는 당시의 유교 전통이 반영된 것으로 교회의 남쪽 날개는 남자석, 반대편의 동쪽 날개는 여자석으로 구분된 독특한 구조다. 금산교회의 ㄱ자형 예배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형대로 보전된 가치를 인정받아 전라북도 지방문화재 136호로 지정됐다. 당시 금산교회는 지역에서 이단사설종교가 급속히 늘어나자 이를 막아내고 순수한 기독교신앙을 알리는데 노력했다.

 금산교회는 건물보다 더 유명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교회 건립에 힘쓴 조덕삼이 영수였던 시절 조덕삼의 집에서 마부로 일하던 이자익도 조덕삼과 함께 복음을 받아들여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 교회 건축 후 1909년 금산교회 장로 투표가 있었는데 신분도 높고 나이도 많은 조덕삼 영수가 장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경남 출신의 머슴 이자익이 피택됐다. 조덕삼은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자익 장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결과를 받아들였다.

 머슴으로 일하면서도 어깨너머로 글을 깨우칠 정도로 총명하고 암기에 능했던 이자익은 조덕삼의 후원으로 1910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한 후 5년 만에 졸업을 했고 이자익은 금산교회에 청빙 돼 목회를 하며 1924년 1947년 1948년 세번에 걸쳐 장로교 총회장을 역임했다. 조덕삼은 후에 장로가 되고 그 아들 조영호도 장로가 되어 식민지 시대 애국적 교육사업과 독립운동을 벌였으며 손자 조세형 장로는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그 시절 예수님의 사랑으로 사회적 편견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잘 보존된 금산교회를 통해 현대인들에게도 신앙의 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복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