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막 1:1)

이스라엘 그리고 온 인류를 구원할 메시아는 어떻게 그의 사명을 감당할까? 모두가 탄복할만한 지혜를 설파함으로? 초자연적인 기적을 보여줌으로?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함으로? 마가복음에서 보여주는 메시야는 이처럼 영광스럽게 사명을 감당하지 않는다.
 마가복음의 메시야는 도살장에 끌려온 양과 같이 조용히 자신의 목숨을 바칠 뿐이다. 마가복음 속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려 피 흘려 돌아가심으로 인류 구원의 길을 여시는 고난의 종이다. 

마가복음의 특징

마가복음의 주된 특징은 전체 16장이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마가복음의 플롯은 첫머리부터 마지막까지 일관되게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수난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14장 이전부터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죽일 수 있을까 고민하는 유대 지도자들(막 3:6),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은 행동만을 일삼는 제자들의 모습(막 6:52, 8:17, 21)을 그림으로 홀로 남겨져 죽음에 처하는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을 예견한다.
 마가복음의 또 다른 특징은 매우 속도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나 족보가 등장하지 않고 예수님의 침례와 광야 시험을 짤막하게 설명한 후 바로 예수님의 공생애가 시작된다. 그리고 마가복음에는 예수님의 가르침 또한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예수님의 기적들을 빠른 속도로 보여준다. 이처럼 마가복음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이유는 극심한 박해로 인해 날마다 죽음의 위협에 시달리는 초대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복음의 핵심 메시지를 밀도 있고 신속하게 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마가복음의 핵심 메시지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사역 동선을 통해 구조화할 수 있다. 마가복음의 구조는 크게 1장 1절부터 8장 26절까지 이어지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과 8장 27절부터 마지막 16장 20절까지 이어지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사역으로 나눌 수 있다. 전반부를 차지하는 예수님의 갈릴리 사역은 병 고침과 귀신 쫓음이 주를 이룬다.
 다시 말해, 전반부는 권능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반면에 후반부를 차지하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사역은 기적보다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류의 죄를 짊어지기 위해 목숨을 내어던지신 어린양 예수 그리스도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마가복음이 더 비중을 두는 부분은 후반부이다.

예수님의 수난예고
예수님은 마가복음 8장 27절에서부터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향해 내려가신다. 그리고 이때 예수님은 비로소 자신 사역의 핵심인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예수님의 ‘수난예고’라고 하는데 마가복음에서 총 3번에 걸쳐 등장한다(막 8:31, 9:31, 10:32∼34).
 이처럼 수난예고가 3번씩이나 등장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이 우리의 신앙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자 인류의 구원이 완성된 순간이다.

어리석은 제자들
마가복음은 사복음서 중에서 제자들의 어리석음을 가장 두드러지게 묘사하고 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3번씩이나 수난예고를 통해 십자가 죽음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시는 동안 단 한번도 그 의미를 온전히 깨닫지 못했다. 베드로는 수난예고를 듣자마자 예수님을 붙들며 돌아가시면 안 된다고 항변했다(8:32). 그는 예수님을 고난과 희생의 종이 아니라 로마제국을 몰아낼 영광스러운 이스라엘의 왕으로 이해했던 것이다. 다른 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예수님이 겸손과 섬김을 상징하는 십자가 죽음을 말씀하시는데 서로 누가 큰지 다툴 뿐이었다(막 9:34).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의 의미를 온전히 깨닫고 삶에 실천하고 있는가? 세상에서의 영광스러운 승리와 명예욕에 이끌려 예수님이 가신 섬김과 희생의 길에서 벗어나 곁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가? 

참제자의 길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참제자의 길을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막 8:34). 예수님을 따르는 참제자는 자신을 부인해야 한다. 자신의 자존심, 욕심, 허영심을 버리고 예수님처럼 겸손히 섬기고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라야 한다.
 마가복음에서 십자가를 지라는 말씀은 순교를 의미한다. 목숨을 버려서라도 예수님을 향한 믿음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순교를 두려워하지 않고 믿음을 지킨 사람은 예수님이 돌아가신 이후 사흘 만에 부활하셨던 것처럼 그도 역시 부활하여 영생을 누릴 것이다.

국제신학훈련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