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 상처 많은 꽃잎들이 / 가장 향기롭다.”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는 시를 읽으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한 여성 판사가 법정에서 판결문을 읽으며 이 시를 낭독했다. 판사 앞에는 구박 심한 새엄마 밑에서 고통을 견디지 못해 가출하여 절도죄를 저지르고 지금 법정에 서 있는 앳된 소녀 죄수가 있었다. 판사는 이 소녀를 향해 자신의 간절한 바람을 이야기해주고 싶어 시를 읽었다.
판사인 그녀의 삶도 죄수가 된 그 소녀처럼 평탄하지 않았다. 유년의 아픈 상처들이 많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나 남편은 교통사고로 그녀 곁을 떠났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남편 곁에서 눈물로 숱한 밤을 보내야 했다. 판사는 소녀에게 말했다.
“나도 상처 많은 풀잎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의 인생만 아픈 것은 아니라고, 슬픔 없는 사람은 없는 것이라고, 고통에는 다 뜻이 있다고, 상처 많은 꽃잎들이 더 향기로운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나는 소망한다. 그 많은 상처들이 끝내 우리를 향기롭게 할 것이라고.”
그렇다. 감사란 겉으로 드러난 내 상처를 보는 게 아니다. 그것은 나무의 나이테처럼 내 안에서 자라는 인생의 무늬와 향기를 보는 것이다. 하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지난 시간을 긍정하고 그 시간을 함께해주신 하나님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니 풍랑 많은 인생에서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자리는 감사의 언덕이며, 오늘이란 시간을 견뎌내는 힘 또한 감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