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사역을 4년간 하고 되돌아보니 그 중 한 분이 기억에 남는다. 경북 의성에서 파주 오산리 굿피플 의원까지 신앙 때문에 찾아오신 할머니 권사님이신데 마지막 모습에서 믿음의 도전을 강하게 남기셨다. 노구의 권사님은 의료용 마약으로도 잡히지 않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신음소리 외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셨다. 자녀들이 어머니의 고통을 안쓰러워하며 눈물로 위로를 해드려도 눈도 안 뜨시고 신음소리로 대답을 대신하셨다. 그나마 목사의 안수기도에 여러 감정이 뒤섞인 ‘아멘’이 제일 적극적인 대답이었다.

 의료진으로부터 의식을 잃기 전에 예배를 드리자는 제안을 받고 예배를 준비했다. 예배를 시작하면서 찬송가 28장 ‘복의 근원 강림하사’를 찬양했다. 호스피스에서는 잘 부르지 않는 찬송이다. 그냥 권사님께 불러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신음소리도 겨우 내시는 분이 찬양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니 고백하셨다. 놀라웠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마지막에 낼 수 있는 소리가 있다면 찬양소리이어야 한다고. 성도의 마지막 외침은 하나님에 대한 고백이라고… 마지막까지 신앙으로 준비한 성도는 결정적인 순간에 빛 가운데 들어갈 수 있는 담대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얻었다.

 우리나라 호스피스 지정완화의료기관은 비용의 95%를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 본인은 5%만 부담하면 된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은 80%를 정부가 지원하고 20%만 본인이 내도록 해 삶의 마지막과 노년의 안정을 준비해 놓았다.
 천국 소망을 안고 광야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는 성도인 우리는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하고 얼마만큼 준비하고 있는가? 인생 여정의 마무리를 위해서 나의 신앙은 몇% 준비되었을까?

 올해도 6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우리는 2020년 새해를 곧 맞이할 것이고 시간은 또 흘러갈 것이다. 남은 60여 일 동안 한해를 잘 마무리 하기위한 계획을 미리 준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하루를, 한 달을 어떻게 보람 있게 보낼 것인지, 한 해를 어떻게 의미 있게 마무리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의 여정을 어떻게 정리할지.
 ‘자부담 없는 100% 구원보장!’ 성도에게는 십자가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한해를 마무리하는 가장 확실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런즉 너희가 어떻게 행할지를 자세히 주의하여 지혜 없는 자 같이 하지 말고 오직 지혜 있는 자 같이 하여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엡 5: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