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순간, 그때까지 자신이 살아왔던 삶의 방향이 완전히 잘못된 것을 깨닫게 됐다. 그때까지는 교회를 박해하는 것이 하나님을 향한 열심의 표현이라고 굳게 믿었지만(빌 3:6) 실상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비방자요 박해자요 폭행자”(딤전 1:13)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탈북민’이 대한민국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그가 그동안 살아왔던 체제와는 전혀 다른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듯이 이제 사울도 그의 과거를 지배했던 ‘유대교적 세계’에서 벗어나 ‘기독교적 세계’로 접어들게 되면서 기본적인 것을 갖춰나가야 했다. 소위 ‘재사회화’ 과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의 미래를 인도할 도시 다메섹으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내비게이션이 바른 길을 다시 안내해주듯이.

 물론 바울의 과거가 송두리째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리스도를 알기 전까지 그것은 바울의 전존재를 뒷받침해온 ‘유익하던 것’(빌 3:7)이었다. 그러나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에 비해 이전의 영광은 그 광채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후 3:6∼11).

 ‘새신자’ 사울을 돕기 위해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그릇이 다메섹에 거주하는 아나니아라는 제자(그리스도인)였다. 물론 그는 예루살렘에서 일찍이 죽임을 당한 아나니아(행 5:1∼11)와는 다른 동명이인이었다.

 아나니아도 사울의 ‘악명높은’ 박해 행각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환상 중에 주님께로부터 사울에게 가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행 9:13∼14). 그러자 주님께서는 “이 사람은 내 이름을 이방인과 임금들과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전하기 위하여 택한 나의 그릇이라”(행 9:15)고 말씀하시면서 그에게 가라고 하셨다. 이방인, 임금들, 이스라엘 자손들은 앞으로 사울이 계속해서 주의 복음을 전할 대상들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고난의 십자가가 그에게 덧붙여졌다.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고난을 받아야 할 것을 내가 그에게 보이리라”(행 9:16). 다메섹 회심 이전의 ‘바리새인 사울’이 주를 믿는 자를 박해했다면 이제 회심 후의 ‘그리스도인 사울’ 또한 수많은 박해를 겪어야 했다. 이는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는 일이었다(롬 8:17, 딤후 2:3).

 말씀에 순종하여 아나니아는 사울을 찾아 그에게 안수하면서 “형제 사울아!”라고 불렀다. 이곳저곳에서 ‘주의 성도에게 적지 않은 해를 끼친’(행 9:13) 사울이 ‘형제’ 곧 그리스도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안수를 통해 사울은 다시 보게 되고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게 된다(행 9:17). 원어 성경에서 ‘다시 보다’라는 동사(아나블레포)는 육신의 눈뿐만 아니라 영의 눈까지 열리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안수로 사울이 성령 충만을 받는 순간 방언을 하게 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행 19:6). 후에 바울은 “내가 너희 모든 사람보다 방언을 더 말하므로 하나님께 감사하노라”고 술회하고 있다(고전 14:18).

 만일 사울이 주님을 만나 변화되지 않았더라면 사울은 다메섹에 살기등등하게 들어가서 아나니아를 잡아 예루살렘까지 압송해갔을 것이다. 여기에서 하나님의 역전의 손길을 보게 된다. 박해자가 박해 대상자의 도움으로 눈이 열리게 되고 성령 침례를 받아 그가 박해하려는 믿음의 열렬한 전파자가 된다(갈 1:23)!
  원수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주 안에서 그를 변화시켜 나와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