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란 '그리스도교(기독교)의 역사'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 공동체의 역사라는 점에서 '교회의 역사'라고도 말한다. 긴 역사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교회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대로 구분한다. 고대(초대)교회사, 중세교회사, 근대교회사, 여기에 종교개혁을 특별한 주제로 구별하여 종교개혁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2018년 10월 14일자 '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좌'를 참조). 각 시대마다 유구한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주제들로 충만하다. 교회사 산책을 통해 각 시대마다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향해 출발해보자.     <편집자 주>

'누가 참된 교회인가?'

비록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종식되었지만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했다. 앞선 박해 시대에서 유래한 교회 내부의 여러 갈등이 제국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치하에서 교회의 일치를 위협했던 첫 번째 문제, 도나투스 논쟁에 대해 살펴보자.

1. 배경

콘스탄티누스가 서방의 황제로 재임하고 있을 당시 북아프리카 누미디아 지역에 위치한 카르타고 교회는 부주교 카이킬리아누스를 주교로 선출하려 했다. 그런데 누미디아 지역 다른 도시들의 주교들은 카이킬리아누스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박해 때 배교자였던 펠릭스 주교(압퉁기 교회)에게 서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들어 강하게 반발했다. 그들은 배교자에게 안수 받아 주교가 된 카이킬리아누스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마요리누스라는 새로운 인물을 주교로 세웠으며 313년 여름에는 마요리누스의 뒤를 이어 다시 도나투스를 주교로 추대했다.

2. 도나투스파

카르타고 교회의 주교로 부임한 도나투스는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들을 규합한 후 당시 카르타고 교회의 한 가지 중요한 현안에 대해 카이킬리아누스 측보다 앞서 주도권을 잡으려 했다. 그 사안이란 다름 아니라 밀라노협약에 의거해 박해시대에 몰수당했던 교회의 재산을 국가로부터 돌려받는 일이었다. 도나투스파들은 자신들이야말로 몰수되었던 교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정당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도나투스파는 재빠르게 북아프리카의 총독 아닐라누스를 통해 콘스탄티누스 황제에게 도움을 청하고 갈리아 지역(지금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서부 독일 서쪽 일부 오스트리아 일부 그리고 이탈리아의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 주교들에게 법적·신학적 검토와 지지를 부탁했다.

3. 교회회의 소집

1) 로마 교회회의
도나투스파의 기대와는 달리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편파적이지 않게 처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주교 밀티아데스와 세 명의 갈리아 지역의 주교들 그리고 북이탈리아 지역의 주교 15명이 포함된 로마 교회회의가 소집됐다. 교회회의는 도나투스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카이킬리아누스가 받은 서품의 유효성을 인정했다.
2) 아를(Arles) 교회회의
<사진설명 : 이단파문을 위한 황제와 주교들의 교회회의>
결과에 승복할 수 없었던 도나투스파는 다시 황제에게 호소했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14년 여름에 당시 자신이 통치하고 있던 서방 전 지역 교회 대표들을 '아를'이라는 곳으로 불러 모아 교회회의를 열었다. 황제가 소집한 첫 번째 교회회의였다. 황제는 혼란을 일으킬 여지가 다분한 도나투스논쟁을 결판내기 원했다. 원근각처에서 황제로부터 넉넉한 여행 경비를 지원받아 소집된 주교들은 박해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황제의 태도에 크게 감동했고 의제 해결에 대한 황제의 의중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일을 처리하려 했다. 숙고 끝에 아를 교회회의는 로마 교회회의의 결정과 마찬가지로 카이킬리아누스가 받은 서품을 인정했다. 왜냐하면 임명된 주교의 유효성은 '서품'이라는 의식에 있는 것이지 서품을 베푼 자 개인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박해에 못 이겨 교회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 그들이 받은 침례가 삼위의 이름으로 올바르게 베풀어진 것이라면 다시 침례 받을 필요가 없다'는 교회법의 기초가 되었다.

4. 계속되는 도나투스파의 불복

도나투스파의 지도자들은 아를의 결정에 따르지 않았고 계속해서 황제에게 문제를 읍소했다. 더이상 교회회의를 통해 해결할 수 없게 된 황제는 그들을 밀라노의 법정으로 소환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 북아프리카 교회는 분열되었다. 이후 도나투스파들은 '분리주의자들'로 평가받게 되었으며 콘스탄티누스가 죽고 난 후에도 다양한 역사적인 단계를 거치면서 100년 이상 지속되었다.

5. 논쟁의 종결

1) 아우구스티누스

<사진설명 : 도나투스파와 논쟁하는 아우구스티누스>

논쟁을 마무리 지은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였다. 당시 북아프리카에서 도나투스파의 수는 정통교회보다 많았으며 자신들만이 '순수한 교회'라고 주장하며 제국내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었다. 도나투스파 교회는 과격한 정치 투쟁 단체(키르쿰켈리오네스)와 연합하여 대지주의 소유물을 약탈하고 정통교회를 방화하는 등 사회적 문젯거리가 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러한 교회의 분열과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친구이자 카르타고의 수석대주교인 아우렐리우스와 함께 도나투스파와의 신학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2) 신학적 근거
도나투스파는 배교나 중죄로 성령을 잃지 않은 거룩한 사람이 베푸는 성례전만이 구원의 효력을 보증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배교하고 교회를 떠났던 성도들은 다시 침례를 받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아우구스티누스는 성례전이 올바르게 삼위일체의 이름으로 행해졌다면 다시 침례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인간적인 중개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물이 중요했다. 목마른 사람에게는 송수관이 금이냐 납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샘물이 얼마나 맑으냐가 중요한 것과 같은 것처럼 성례전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총이 중요했다.

3) 100년 만에 이룬 결말

<사진설명 : 처형되는 도나투스파>
4세기말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마련한 법에 따라 도나투스파는 이단으로 정죄되었고 국가의 난폭한 진압이 시작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의 호소를 통해 많은 도나투스파 사람이 정통교회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결국 412년 호노리우스 황제의 칙령과 계속된 국가적 조치들로 인해 도나투스파는 세상과 격리되면서 소멸되어갔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부터 북아프리카 정통교회 역시 몰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나투스 논쟁의 결과에 따르면 참된 교회란 이미 거룩해진 또는 거룩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가 아니라 자격 없어 보이지만 그리스도를 의지하고 그분과 연합하는 성도들의 모임이다.

김형건 목사(CAM대학선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