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란 '그리스도교(기독교)의 역사'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 공동체의 역사라는 점에서 '교회의 역사'라고도 말한다. 긴 역사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교회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대로 구분한다. 고대(초대)교회사, 중세교회사, 근대교회사, 여기에 종교개혁을 특별한 주제로 구별하여 종교개혁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2018년 10월 14일자 '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좌'를 참조). 각 시대마다 유구한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주제들로 충만하다. 교회사 산책을 통해 각 시대마다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향해 출발해보자.     <편집자 주>

'콘스탄티누스의 대전환'

그리스도교인들에 대한 로마제국의 박해를 종식한 황제는 콘스탄티누스였다. 오늘은 그가 로마제국의 황제에 오르게 된 과정과 그리스도교를 공인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더 나아가 이로 인해 초대교회가 마주하게 된 큰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자.

1. 사두정치(Tetrarchy)

그리스도인들을 가장 극심하게 박해했던 로마 황제는 디오클레티아누스였다. 그는 거대한 로마제국을 동방과 서방으로 분할하고 각기 한 명의 황제(아우구스투스)가 통치하도록 했다. 여기에 황제의 공동 통치자이자 잠재적 후계자로서 부황제(카이사르)를 각각 두도록 해서 총 4개의 통치 구역으로 정비했는데 이를 가리켜 사두정치라고 한다. 이렇게 제국을 여러 구역으로 나눈 목적은 효율적인 통치를 위해서였지만, 이는 오히려 권력다툼의 원인이 되었고 마침내 그리스도교 박해를 종식시킨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2. 콘스탄티누스의 등장
305년 제국의 일인자이자 동방의 황제였던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자진 퇴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직무에 지친 그는 자신의 자리를 갈레리우스에게 넘기는데 그치지 않고 친구이자 서방의 황제였던 막시미아누스 역시 사직하도록 강요했다. 서방의 부황제로 있었던 콘스탄티우스가 황제에 임명되었고 아들이었던 콘스탄티누스는 아버지의 최측근으로 등용되었다.

 1년이라는 짧은 재임 후에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죽자 콘스탄티누스는 우여곡절 끝에 서방의 부황제에 임명되었다. 콘스탄티우스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 세베루스가 이듬해(307년) 폭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리키니우스가 새롭게 황제의 자리에 임명되었는데 이때 오래전 황제의 직을 사임했던 막시미아누스의 아들 막센티우스가 서방 황제의 자리를 찬탈하기 위해 등장하면서 서방의 통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게 되었다. 

3. 갈레리우스 황제의 칙령
사실상 로마제국 통치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던 동방의 황제 갈레리우스는 311년 임종 직전에 제국 전역에서 그리스도교를 허용하는 칙령을 반포했다. 비록 자신이 다스리던 동방의 부황제(막시미아누스 다이아)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 칙령은 로마제국 4분령 통치자의 이름으로 공포되었다. 서로 대립 관계에 있던 통치자들 사이에서 당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로 성장한 그리스도인들이 어느 한쪽 편에 서는 일을 방지하려는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갈레리우스가 죽자 그의 자리를 놓고 동방의 부황제였던 막시미아누스 다이아와 서방에서 황제의 자리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던 리키니우스가 경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서방 황제 자리는 콘스탄티누스와 막센티우스 사이의 대결로 판가름 나게 되었다.

4. 밀비우스 다리의 전투

밀비우스 다리(Ponte Milvio)는 로마의 북쪽에서 테레베 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이다. 주후 312년 10월 28일 이곳에서 콘스탄티우스와 막센티우스가 서방의 패권을 놓고 결전을 벌였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의 병력에 비해 막강한 막센티우스의 병력에 대해 걱정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기록에 의하면 전투가 벌어지기 전날 밤 콘스탄티누스는 하나님을 향해 울며 기도하는 중에 놀라운 하나님의 표시를 보았다(유세비우스, 교회사). 그것은 그리스어 알파벳 중 두 글자 X(히)와 P(로)였는데 환상 가운데 '이 표시로 이겨라!'는 소리를 들었다. 콘스탄티누스는 그것을 신성한 표식으로 믿었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병사들의 방패에 붙이고 전투에 임하도록 했는데(락탄티우스, 박해자들의 죽음) 그 결과 막센티우스를 물리치고 서방의 황제가 되었다. 실제로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315년 이 두 문자의 표식을 사용하여 기념주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5. 로마제국의 통일과 밀라노 협약
313년 동방의 부황제 막시미아누스 다이아도 결국 리키니우스 황제에게 제거되었다. 이로써 로마제국에는 이제 콘스탄티누스(서방)와 리키니우스(동방) 두 명의 통치자만 남게 되었다. 두 황제는 313년 초 밀라노에서 만나 교회 재건에 대해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같은 해 6월에 밀라노 협의와 관계된 규율을 정하여 회람시켰다(따라서 '밀라노칙령'이 아니라 '밀라노협약'이다). 하지만 얼마 후 두 황제는 서로 충돌하게 되었다. 310년대 말 콘스탄티누스가 고트족을 격퇴하기 위해 리키니우스의 통치 지역에 들어서면서 전쟁이 일어났다. 콘스탄티누스가 그리스도교를 내세우자 리키니우스는 이교인 측을 지지했다. 결국 324년 리키니우스가 패배하면서 콘스탄티누스는 제국의 일인 통치자가 되었다.

6. 콘스탄티누스의 개종과 그리스도교의 변화
비록 콘스탄티누스가 자신을 그리스도교 신자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그에게서 회심이나 중생의 확신에 대한 고백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연구는 콘스탄티누스 황제를 그리스도인으로 확신한다. 그는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의 국가가 그리스도교 국가로 발전하길 원했고 이를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부터 국가는 교회의 일에 관여했고 동시에 국가를 위해 교회가 든든한 지원세력이 되어 줄 것을 요구했다. 교회는 제국으로부터 재정적 물질적 그리고 법적인 편의를 제공받으며 이단과 이교도들을 대항한 싸움에 국가의 힘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박해시대 교회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과 연관하여 '콘스탄티누스 대전환'이라고 일컫는 말에는 다소 냉소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도 하다.
 이때부터 교회의 복음을 향한 순수한 열정은 식어갔고 정치적 문화적 제도 안에 갇히게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콘스탄티누스 황제로 인해 교회가 맞이한 새로운 국면을 냉철히 평가하면서, 이를 통해 교회의 외적인 부흥은 물론 복음을 향한 내적인 열정 모두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형건 목사(CAM대학선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