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사란 '그리스도교(기독교)의 역사'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 공동체의 역사라는 점에서 '교회의 역사'라고도 말한다. 긴 역사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교회사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시대로 구분한다. 고대(초대)교회사, 중세교회사, 근대교회사. 여기에 종교개혁을 특별한 주제로 구별하여 종교개혁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2018년 10월 14일자 '평신도를 위한 신학 강좌'를 참조). 각 시대마다 유구한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주제들로 충만하다. 교회사 산책을 통해 각 시대마다 펼쳐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향해 출발해보자. <편집자 주>

'순교자'는 참된 증인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자의식 확립

이번 글에서 살펴볼 내용은 로마제국의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이다. 오랜 기간의 역사임을 고려하여 몇 가지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통해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박해와 관련되어 언급되어야 할 로마제국의 주요 황제들과 그들의 재위 기간은 다음과 같다 : 클라우디우스(주후 41~54), 네로(54~68), 도미티아누스(81~96), 트라야누스(98~117), 아랍인 필리푸스(244~249), 데키우스(249~251), 발레리아누스(253~260), 갈리에누스(260~268), 디오클레티아누스(284~305), 갈레리우스(305~311), 콘스탄티누스(324~337).

1. 박해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최초의 박해는 네로 황제에 의해서 자행되었다. 주후 64년 7월 18일 로마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모든 진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9일 동안 지속된 화재는 로마시 14개 지구 중 10개 지구를 완전히 태운 뒤에야 겨우 진화됐다. 자신이 방화의 배후라는 의혹이 커지자 황제는 이를 그리스도인들의 소행으로 몰아붙이며 샅샅이 찾아내도록 했다.
 그는 (고문을 통해) 자백을 받아낸 사람들에게 동물 가죽을 뒤집어씌우고 개가 물어뜯게 하거나 타르를 온몸에 칠한 뒤 십자가에 매달아 놓고 밤이 되면 횃불처럼 불을 붙여 구경거리가 되도록 했다. 당시 로마시에 살고 있던 3000명 가량의 그리스도인 중 약 200~300명이 죽임을 당했다.

2. 황제의 만행을 로마시민들이 열렬히 지지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피고인에게 내려진 최종적인 죄목은 '방화죄'가 아니라 '인류 증오죄'였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로마제국의 생활 또는 문화와 뚜렷이 구별되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다.
 이를 곱게 보지 않았던 로마시민들은 그들이 인육식사를 한다거나 근친상간을 한다거나 무신론자들(황제숭배를 거부)이라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트리면서 그리스도인들을 미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화재의 책임을 그리스도인들에게 돌리는 것은 대로마제국의 황제에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3.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는 언제까지 계속되었나?

박해를 종식시킨 황제는 콘스탄티누스였다. 그는 제국의 서쪽 지역을 통일(312년 10월 28일)한 직후부터 공공연하게 그리스도교에 대한 신앙을 고백했으며, 더 나아가 313년 2월 초 밀라노에서 처남(이복 여동생의 남편)이자 정적이었던 리키니우스와 그리스도교에 대한 관용령을 제정한 후 약 4개월 뒤 제국 전역에 반포했다. 따라서 로마제국의 기독교인들 박해는 네로 황제의 박해(49)로부터 시작하여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관용령(313)까지 약 260년에 걸쳐 자행되었다. 다만 모든 황제가 박해를 자행한 것은 아니며 시대에 따라 박해의 양상도 달랐다.

4. 박해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① 박해의 첫 번째 양상(네로~필리푸스)

네로 황제 이후에도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와 이로 인한 순교는 계속됐지만 형사재판으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 즉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하거나 처벌할 것을 규정하는 법률은 제정되지 않았다. 대부분 그리스도인에 대한 적개심으로 분노하는 백성에게 떠밀려 지방 총독들이 내린 엄격한 조치였다. 대체로 이러한 상황은 3세기 중엽 필리푸스 황제 시절까지 계속되었다. 

② 박해의 두 번째 양상(데키우스~디오클레티아누스)
박해의 양상이 변화한 것은 데키우스 황제에 이르러서였다. 이때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체포령이 내려졌고 제신숭배에 참여하지 않아 증서(리벨루스)를 받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은 처벌을 피할 수 없었다. 제국 전역에서 순교자가 생겼으며 발레리아누스 황제(257년, 성직자 박해 명령)를 거쳐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이르러 박해는 극에 달했다(303~305). 그는 그리스도교를 반대하는 칙령들을 잇달아 반포했고 새로운 칙령을 반포할 때마다 더욱 혹독한 내용을 추가했다. 성경은 압수되고 예배 장소들은 파괴되었으며 그리스도인들의 재산은 합법적으로 몰수당했다. 그들은 탄광촌으로 유배당하거나 사형선고를 받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부황제였던 갈레리우스는 죽음을 앞두고 태도를 바꾸어 관용령을 선포하기도 했지만(311) 사실상 박해는 313년 밀라노관용령이 반포됨으로써 종결되었다.

5. 박해로 인해 그리스도교는 위축되었나?

박해는 결코 교회의 존립을 위협하지 못했다. 콘스탄티누스 시대까지 박해로 인한 순교자의 숫자는 6000~7000명에 이르렀는데 이는 오히려 '순교자야말로 참된 증인'이라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자의식을 보여준다. 실제로 그리스도인들이 사자의 밥이 되거나 십자가에 달려 죽을 때 단순히 구경꾼 재판관 사형집행인 등으로 있던 사람들이 그들의 진실된 믿음에 큰 감동을 받아 그리스도교로 개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스도인들의 피는 새로운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씨앗이 되었다'는 북아프리카 카르타고의 교부 터툴리아누스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끝으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당시 철학자 유스티누스의 고백을 들어보자.
 '나는 플라톤의 추종자였습니다.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을 비방하는 것을 들었지만 죽음 앞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았을 때, 나는 이 사람들이 죄악이나 정욕에 빠져 살 수 없는 이들임을 알았습니다. 정욕에 빠져 무절제하게 살며 인육식사를 즐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장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스스로 관청에 출두하여 배교하며 세상의 것들을 포기하지 못해(살아남으려고) 온 힘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김형건 목사(CAM대학선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