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빌립의 사역(행 8장)을 통해 구원의 복음이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까지 이른 것을 살펴보았다. 이제 선교 사역이 팔레스타인의 경계를 벗어나 “땅 끝까지”이르는 대장정에 돌입하는 시점에 하나님의 택하신 그릇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가 바로 사울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울’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이름이고, ‘바울’은 만난 후의 이름이라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죄인 사울이 의인 바울로 변했다’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사실은 사울은 유대식 이름이고 바울은 로마식 이름일 뿐이다. 그가 유대에서 활동할 때는 여전히 사울이었다. 다만 이방 세계에서 선교할 때는 바울로 불렸다(참조. 행 13:9).

 그런데 초대교회 인물 중에서 사울만큼 주님을 믿기 전과 후가 대조적인 인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무엇보다 그가 그 자신이 말하는 바, 주님의 교회를 멸하려던 박해자에서 복음 전파자로 변했기 때문이다(갈 1:23).

 사울이 다메섹 도상(道上)에서 주님을 만나기 전에는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교회를 핍박했다. 당시 그 자신은 그것이야말로 그가 믿는 야훼 하나님을 위한 ‘거룩한 열심’이라고 굳게 믿었다(빌 3:6, “열심으로는 교회를 박해하고”). 그가 사도행전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도 스데반이 돌에 맞아 순교할 때 증인들의 옷을 맡고 있는 모습이었다(행 7:58). 그의 핍박 활동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사울이 교회를 잔멸할새 각 집에 들어가 남녀를 끌어다가 옥에 넘기니라”(행 8:3). 그는 유대 땅뿐만 아니라 멀리 이방 땅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믿는 자들을 잡아 가두었다. 그가 다메섹에까지 가려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당시 유대를 통치하던 로마제국은 유대 사회의 기득권 세력인 대제사장을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로마에 협조하는 한,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상당한 특혜와 자율권을 부여했다. 한 예로 로마는 유대종교지도자들에게 그들의 종교 체계에 위협이 되는 기독교 신앙을 뿌리째 뽑아내기 위해 유대를 떠나 이방인들의 땅으로 피신한 성도들(행 8:1)을 체포해서 본토로 송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이는 홍콩 정부가 범죄자를 중국으로 송환하는 법을 제정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 3월 31일부터 지금까지 홍콩에서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의 이슈(‘반송중’[反送中])와 맞닿아 있다.

 사울이 대제사장에게서 받은 ‘공문’(행 9:1∼2)이 바로 이런 성격을 가진 것이었다. 즉 그것은 당시 1만 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거주하던 다메섹의 여러 유대인 회당에 가서 그것을 제시하면 (그들이 보기에) 그곳으로 숨어든 기독교인들을 잡아서 결박하여 예루살렘으로 끌고 갈 수 있는 허가증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이제 사울은 살기등등해서 다메섹을 향해 그의 발걸음을 내디딘다.

  그러나 곧 판명되겠지만 이러한 사울의 ‘열심’은 방향이 잘못된 것이었다. 자기딴에는 그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고 믿었겠지만 사실 그것은 하나님께 반역하는 길이었다. 그가 나중에 한 말대로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었다(롬 10:2).

  방향이 제대로 된 열심이야말로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히 11:6), 그리스도를 영화스럽게 할 수 있다. 하나님의 영적인 내비게이션에 순종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