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절친’이죠.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든 호흡이 척척 맞거든요. 아빠는 정말이지 딸의 입장이 되어서 딸의 눈높이로 생각해주셔요. 아빠와 함께 있을 때 가장 재미있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빠 만한 친구가 없다고 느낀 건 아마 그 때문이겠죠. 어느 날 ‘아빠, 난 아이를 안 낳을 거야. 아이에게 시간을 쏟으며 희생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시간을 쏟으며 살고 싶어. 난 이기적으로 살 거야’ 하고 말했죠. 그 말을 들은 아빠는 근심하는 낯빛으로 반론을 폈어요. ‘아빠는 너를 위해 희생하는 게 아닌데…. 아빠는 어쩌면 이기심으로 널 키우는 거야. 생각해봐! 세상에 너처럼 스스로 업그레이드 잘하는 장난감이 어디 있니? 매일매일 변하는 이런 신기한 장난감 덕분에 아빠는 정말 행복하거든. 이건 이기심이 맞지? 난 이 기쁨을 포기할 수 없어.’ 그 반론에 제 생각이 완전히 무너졌죠.”
유명한 광고제작자를 아빠로 둔 박연 씨가 쓴 책 ‘인문학으로 콩갈다’에 나오는 내용을 각색한 글입니다. 이런 아빠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하다 문득 ‘또 한 분의 아빠’가 떠올랐습니다. 나보다 더 나를 잘 아시고 가장 속 깊은 진심을 털어놓아도 좋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누구보다 잘 해석해 주실 수 있는 그분.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며 세상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그분, 나에게도 그런 아빠가 있음에 충분히 감사하기로 마음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