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
9월 15일까지 현대미술작품 100여 점 소개
서울 중심지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던가.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을 품은 서울미술관을 보면 이런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울미술관 본관3층 야외공원에 있는 석파정은 조선 말기에 조영된 근대유적으로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26호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별서로 사용되었던 석파정은 경관이 빼어나고 예술적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도 이곳은 도심에 비해 미세먼지 농도가 30% 정도 떨어지니 가족 연인과 휴식하기에 이보다 안성맞춤인 장소가 또 있을까.


야외공원에서는 지하1층 지상3층 규모의 서울미술관 신관 M2로 향해 갈 수 있다. 올해 개관한 신관에서 서울미술관 설립자인 안병광 회장은 자신이 직접 기획한<거인;Walking man>, <다색조선;폴 자쿨레>기념전을 통해 서울미술관 최고의 소장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미술관에서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을 전시해왔다.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이라면 단연 이중섭의 ‘황소’겠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장품은 운보 김기창의 <예수의 생애> 전작 30점이다. 2017년에는 독일연방정부에서 주최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루터 이펙트>기획전에 초청돼 독일역사박물관에 작품이 걸리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토리인 예수의 생애를 토착화해 그렸다는데 의미가 있고 무엇보다 예수를 백인이 아닌 그 나라의 모습으로 그린 건 운보 김기창 화백이 처음이다. 그는 비단에 먹으로 예수를 그렸는데 수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저한 흔적이 하나 없이 단 2년 만에 30점의 화폭에 담아냈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볼 수 있다. 현재는 2019년 서울미술관 첫 번째 대형 그룹 기획전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가 본관M1 1층에서 진행 중이다. 4개의 파트(아침 낮 저녁 새벽)로 전시장을 구성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다룬 현대미술작품 100여 점을 9월 15일까지(월요일 휴무) 소개한다.
서울미술관에서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몰라도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예술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알려주고 현대미술에 대한 문턱을 낮춰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에세이 형식으로 친근하게 설명하고 약 일주일 간 <프리 오픈 시사회>를 열어 300여 명의 전시 관람평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현대미술 외에도 근대미술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교양수업’이라는 코너도 마련했다.
자유로운 관람도 좋지만 보다 깊이 있는 감상 경험을 하고 싶다면 큐레이터와 도슨트의 정규 해설을 들어보자. 매일 2회(12시 16시) 진행된다. 또한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10대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매일 14시에 진행되니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글 사진=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