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00년 전 앗수르의 공격으로부터 예루살렘 지켜내기 위해 건설
예루살렘 구도시(Old City)는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찾는 곳이다. 구도시 성읍은 예루살렘의 가장 오래된 풍경을 담고 있고 현재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예루살렘 구도시의 여러 문들 중 오물 문(혹은 분문: Dung Gate)이라는 문이 있다. 예루살렘의 명소 중 하나인 서쪽 벽, 통곡의 벽에서 가장 가까운 문으로, 이곳을 나와 길 아래쪽으로 5분만 걸어가다 보면 커다란 발굴지와 함께 옛 다윗의 도시(City of David)가 나온다. 이곳은 다윗 성읍의 발굴지로서 지금도 수많은 다윗 시대와 이스라엘 왕국 시대의 유물이 발굴되고 있는 곳이다. 얼마 전에는 다윗 시대를 증명해주는 인장과 그릇, 장신구들이 발견되어 성서 시대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닌 사실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다윗의 도시가 서 있던 곳에는 오래된 다윗 성의 터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다윗 성읍의 터 아래에는 아주 놀라운 유적이 발굴되었다. 그것은 성경에서 아주 잠깐 언급이 되었던 히스기야의 터널이다.
열왕기하 20장 20절에 이렇게 나온다. “히스기야의 남은 사적과 그의 모든 업적과 저수지와 수도를 만들어 물을 성 안으로 끌어들인 일은 유다 왕 역대지략에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또 역대하 32장 30절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 히스기야가 또 기혼의 윗샘물을 막아 그 아래로부터 다윗 성 서쪽으로 곧게 끌어들였으니 히스기야가 그의 모든 일에 형통하였더라”
성경에 잠깐 나오는 이 두 구절을 통하여 히스기야가 수로를 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왜 히스기야가 이런 공사를 했는지 성경을 읽다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당시 유다는 앗수르 제국의 위협 아래에 놓여 있었다. 언제 앗수르가 침공해와 멸망시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역대하 32장 1∼4절에 보면 앗수르왕 산헤립이 침공해 오자 그들을 막기 위해서 샘을 막고 물의 근원을 덮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물의 근원을 성안으로 끌어들여서 적의 침공에 대비하게 된다. 그것이 실로암 연못과 히스기야의 터널이었다.
이 터널이 발견되지 전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터널의 존재를 몰랐다. 다만 샘 어딘가에서 흐르는 물이 지금의 실로암 연못에 흘러들어왔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1838년 미국의 성서지리학자 로빈슨이 작은 터널을 발견하게 되고 그로부터 30년 뒤 1867년 영국의 탐험가인 찰스 웨렌에 의해 이 터널이 발견되게 되었다.
히스기야 터널이 발견된 결정적인 증거는 실로암 연못에서 놀던 팔레스타인 소년이 작은 터널로 들어가서 발견하게 된 비문이었다. 그 비문에서는 터널이 한쪽 방향에서 파고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양쪽 방향에서 파고 들어가 중간에서 만났다는 것을 증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로 인해서 약 500븖가 넘는 구불구불한 터널이 한쪽에서 만이 아닌 양쪽에서 파고 들어가 만나게 된 경이로운 터널인 것이 밝혀지게 되었다.
현대의 공법으로도 양쪽에서 파고 들어가 정확하게 만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계산과 도구가 필요한 일이다. 게다가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거스르지 않고 수로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터널을 파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이 터널을 방문해 보면 알 수 있지만 터널의 폭은 대략 60∼100㎝가 조금 안되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터널이다. 이런 터널을 지금으로부터 약 2700년 전에 사람이 팠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도 히스기야 터널을 방문해보면 지하로 약 70여븖를 내려가야 들어설 수 있다. 그리고 그 터널은 기혼샘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물이 2700년 전부터 여전히 힘차게 흘러나오고 있다. 여름과 겨울 할 것 없이 항상 무릎 이상의 물이 차오르는 곳부터 항상 발목 위를 차오르는 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샘과 터널의 고도차는 32㎝가 되지 않는다. 터져 나오는 샘물이 경사면을 타고 올라서 터널을 타고 흘러 실로암 연못까지 이르는 것이다.
히스기야 터널 안은 매우 컴컴하다. 빛줄기 하나 없이 깜깜한 지하 터널을 걷다보면 문득 이 터널을 뚫었던 인부들의 숨소리와 망치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횃불하나에 의지한 채 터널을 뚫어가던 인부들은 자기몸 하나 겨우 통과할만한 통로를 파면서 뒤로 돌과 흙을 넘겨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과연 이 터널이 끝을 만나게 될까? 우리는 과연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저쪽 반대쪽 사람들과 만날까?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어둠을 이겨내면서 파지 않았을까? 결국 서로의 망치소리가 들리면서 터널이 연결 되었을 때 그 기쁨은 얼마나 컸을까? 단순히 터널이 연결된 것만이 아니라 제국의 침략에서 이겨낼 길을 연결했다는 기쁨이 또한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예루살렘을 방문하는 분들이라면 꼭 히스기야 터널을 방문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비록 30분이 넘게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어려운 여정이지만 발목을 적시면서 흐르는 기혼샘물을 통해 하나님이 이스라엘 가운데 역사하셨던 순간을 느껴보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