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의 순교 직후 예루살렘에 큰 박해가 일어나 사도들 외에는 모두 유대, 사마리아 등지로 흩어지게 되었다. 흑암의 세력들은 폭력으로 초대교회를 탄압하면 오래지 않아서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전개되어갔다. 흩어진 그리스도인들이 가는 곳마다 예수 그리스도를 전함으로써 예루살렘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구원의 복음이 “온 유대와 사마리아”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빌립의 사마리아 대부흥이다.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사람”(행 6:3)으로서 스데반과 함께 교회의 일곱 지도자로 선출되었던 빌립이 천국 복음을 능력 있게 전하며 귀신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자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며 침례를 받고 믿는 자가 되었다. 그의 사마리아 사역이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던지 성경은 “그 성에 큰 기쁨이 있더라”(행 8:8)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놀라운 사마리아 부흥에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다. 유독 성령 강림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모(母)교회인 예루살렘 교회는 베드로와 요한을 사마리아로 급히 파송했다. 그들이 사마리아의 믿는 자들에게 안수하자 성령께서 임하시게 되었다(성령 침례). 성경학자들은 이를 가리켜 ‘사마리아의 오순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구원 받고나서(중생)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성령 충만’이 일어나는 실례를 발견할 수 있다.  

 사마리아의 성령 사역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사마리아 일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마술사 시몬의 일이었다. 과학적 지식이나 의술이 미비했던 당시에 마술사들은 도처에 널려 있었지만 시몬은 그들과 격이 달랐다. 초대교회 교부(敎父)들의 글에도 여러 군데 등장하는 초대교회의 ‘공공의 적’ 마술사 시몬은 단순한 마술사의 경지를 넘어 자신을 신격화하여 자칭 ‘큰 자’라고 하면서 비범한 능력을 보인 결과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크다 일컫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추앙하며 따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빌립의 사마리아 사역에 가장 매료된 사람이 마술사 시몬이었다. 그 때까지는 자신이 신비한 마술로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지만 놀라운 표적과 큰 능력을 일으키는 빌립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도 시몬 자신이 커다란 호기심을 가지고 침례까지 받으면서 그를 따라다니며 배우려고 애썼다.

 그러는 중에 사도들이 안수하여 사람들이 성령 받는 것을 보자 시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사도들에게 돈을 주어 그 능력을 사려고 한 것이다. 시몬(마술사)이 또 다른 “시몬(베드로)에게”(!) 요청한다. “이 권능을 내게도 주어 누구든지 내가 안수하는 사람은 성령을 받게 하여 주소서”(행 8:19). 그러자 베드로는 준엄하게 그를 꾸짖는다. “네가 하나님의 선물을 돈 주고 살 줄로 생각하였으니 네 은과 네가 함께 망할지어다”(행 8:20).

 ‘사마리아의 오순절’은 성령께서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갈급한 심령 위에 단비와 같이 임하신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마술사 시몬과 같이 불순한 동기에서가 아니라 어린 아이와 같은 순전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고 사명을 받아 그것을 완수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 돌리려는 자들에게 성령의 능력으로 충만하게 하신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