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성지를 순례하는 사람들에게 누구나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세계 3대 종교의 중심지인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은 유대교의 성지이자 기독교와 이슬람의 성지이다. 해발 860m의 고지대에 자리 잡은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 중의 하나이다. 텔아비브에서 차로 약 50분정도를 달려가다 보면 차는 서서히 산지를 올라가기 시작한다. 예루살렘 외곽에서부터 산을 따라 굽이굽이 자리 잡은 마을들과 도시의 윤곽을 볼 수 있다. 산을 기어 올라가는 뱀처럼 굽은 도로와 함께 새로이 뚫린 산과 산을 넘는 고가도로를 통해서 예루살렘의 중심지로 갈 수 있다. 예루살렘의 중심가에 도착하면 예루살렘의 구도시인 올드 시티의 성곽이 보인다. 현존하는 올드 시티의 성곽은 대부분 오스만 투르크의 슐탄인 슐레이만이 축조한 성곽으로 당당한 위용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예루살렘을 방문한 이들은 이 오래된 도성을 보면서 감회에 잠긴다. 성경에 나오는 예루살렘을 방문한 것이라고 여기면서 감동에 잠기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성은 우리가 익히 들어온 성경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성이 아니다. 예루살렘 성은 주전 63년 폼페이우스에 의해 파괴되고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갔다. 그러다 주전 37년 헤롯에 의해 성벽과 성전이 재건됐고, 주후 70년에 예수 그리스도가 예언한 대로 로마의 티투스 장군에 의해 파괴되고 예루살렘 성전은 불타고 사라졌다. 유대인들은 헤롯이 지은 성벽(통곡의 벽)에서 울며 기도했고 지속적인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다 A.D 136년에 로마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을 내어쫒고 그 이름을 ‘아일리아 카피톨리나’로 바꾸었다. 이후 예루살렘은 이슬람제국과 십자군이 번갈아 점령해 통치하다 오스만 투르크의 슐레이만의 지배하에 들어갔다가 1967년 이스라엘이 완전히 예루살렘을 수복한 이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예루살렘 올드 시티는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분포에 따라 아르메니안 구역 유대인 구역 무슬림 구역 그리고 기독교 구역 등 네 개의 구역으로 나눠진다. 아르메니안 구역은 아르메니안 정교회가 오랫동안 살면서 만들어진 구역이다.
유대인 구역은 정통 유대교인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예루살렘 성 서쪽 통곡의 벽에서 매일 기도하는 것을 일상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무슬림구역은 예루살렘 성전 산에 자리 잡은 알 아크사 사원과 황금돔 사원에서 예배를 드리고 사원을 지키는 열성파 무슬림이 살고 있다. 마지막 기독교 구역은 로마 가톨릭과 정교회들이 교회와 수도원을 지어서 살게 된 구역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구역을 나누는 어떤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들이 살고 있는 지역적 분포로 인해 그렇게 나눌 뿐이다.

올드 시티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어느새 유대 구역과 무슬림 구역을 넘나들게 된다. 그 구역을 넘는 것에 있어서 어떤 장벽도 없다. 그러나 눈을 들어 조금만 살펴보면 어느새 히브리어는 사라지고 아랍어가 쓰여 있는 간판을 발견하게 되고 또 가톨릭 성당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걷다보면 정통 유대교인들과 함께 걷고, 향신료 냄새가 물씬 나는 아랍 전통시장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장벽 없는 곳에 가끔 가시적인 장벽이 생길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종교적 마찰이나 분쟁이 있을 때에는 유대 구역과 무슬림 구역 사이에는 바리케이드와 함께 군경들이 지키게 된다. 비록 눈에 보이는 거대한 장벽은 없지만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이들 사이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종교적 마찰이 있던 시기에는 각 지역을 넘나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성은 사람이 사는 성이기에 각자의 삶의 이유와 여정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념적 분쟁과 충돌이 없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매일 삶의 현장에서 서로 만나며 살아가고 있다. 검은 모자를 쓴 유대인 할아버지가 무슬림 지역의 아랍시장을 기웃거린다.
히브리어와 아랍어로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웃으며 빵을 사고 농담을 주고받고 야채꾸러미를 짊어지고 다시 유대인 구역으로 넘어간다. 아이러니한 이 모습이 예루살렘 올드 시티에서는 흔한 광경이다. 때로는 이스라엘 군인과 아랍 소년들이 웃으면서 말을 주고받는 광경과 함께 중무장한 군인들이 청년들을 매섭게 쏘아보는 광경이 같이 공존한다.
장벽이 없지만 장벽 안에 갇힌 예루살렘. 이념과 종교의 장벽을 서로를 향해 쌓고 있지만 결국 삶 속에서는 서로가 살을 맞대고 살 수 밖에 없는 곳이 이 곳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 한다”는 것은 이런 종교와 이념들이 사라진 온전한 하나님의 통치 아래서 이들 모두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형제로서 서로 웃으며 안아줄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는 기도이다. 우리는 이런 날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김요셉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