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처럼 살다가 예수님처럼 죽임을 당한 스데반이 순교하자 ‘또 다른 스데반’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빌립! 그 역시도 스데반처럼 예루살렘 교회의 성도들이 급증함에 따라 사도들의 사역을 돕기 위해 세움 받은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 받는” 일곱 지도자 중 하나였다(행 6:1∼6). 사도행전 21장 8절은 그를 가리켜 ‘전도자 빌립’이라고 부르고 있다.

 스데반이 “은혜와 권능이 충만하여 큰 기사와 표적을 민간에 행하고” “지혜와 성령으로 말함을 [대적]들이 능히 당하지 못했던 것”처럼(행 6:8∼10) 빌립도 사마리아로 내려가 복음 전파에 힘썼다. 그러자 “무리가 빌립의 말도 듣고 행하는 표적도 보고 한마음으로 그가 하는 말을 따르게” 되었다(행 8:6).

 빌립의 사마리아 사역은 무엇보다도 귀신을 쫓아내고 수많은 병자들을 고치는 사역이었다. 그가 기도할 때마다 “많은 사람에게 붙었던 더러운 귀신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나가고 또 많은 중풍병자와 못 걷는 사람이 고침 받는” 역사가 일어났다(행 8:7). 이것은 바로 예수님께서 공생애 사역에서 하셨던 사역 그대로였다(눅 6:17∼19).

 이처럼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사역을 열두 제자들이 행했고 열두 제자들이 행한 것을 이제 스데반과 빌립과 같은 ‘후속 세대들’이 행하게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를 믿는 자는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이는 내가 아버지께로 감이라”(요 14:12)고 말씀하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놀라운 성령 충만과 말씀 충만의 사역이 2000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이러한 놀라운 부흥이 일어나자 사마리아 성에 “큰 기쁨이 있게” 되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행 8:8). ‘기쁨’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중요한 주제이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임재하실 때(눅 2:10) 죄인이 구원받을 때(눅 10:20, 15:10) 기쁨이 강조되어 있다. 따라서 그 성의 ‘큰 기쁨’은 유대인들의 오랜 멸시와 차별로 깊은 상처 속에서 살아왔던 사마리아에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 그들을 구원하시고 치료하여 회복시키신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여기에서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처럼 놀라운 사마리아 대부흥이 스데반의 순교 직후 일어난 예루살렘 대박해의 결과로 일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흑암의 세력들은 유대 종교 지도자들을 부추겨서 스데반을 죽이고 내친김에 예루살렘에서 믿는 자들을 다 쓸어버리려고 했다. 그래서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게” 되었다(행 8:1). 그런데 이처럼 박해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진 것이 오히려 복음의 신속한 확산의 계기가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이 시점에 예루살렘 대박해가 없었더라면 복음이 예루살렘 경계를 넘어서 사방으로 전파되는 것이 늦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흑암의 세력들은 그야말로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되고 말았다. 박해가 복음 전파와 선교를 더욱 촉진
시킨 것이다. 이처럼 우리 하나님은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분”이시다(롬 8:28).

 “악이 비록 성하여도 진리 더욱 강하다. 진리 따라 살아 갈 때 어려움도 당하리. 우리 가는 그 앞길에 어둔 장막 덮쳐도 하나님이 함께 계셔 항상 지켜 주시리”(찬송가 586장 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