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계절이면 대학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Y형이 떠오른다. 나는 예수님을 모르는 형을 예배에 초청했고 그때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나이에 대학에 들어온 건 사법고시 때문이야. 합격증 받기 전엔 다른 생각은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 형이 하루는 예배당에 스스로 왔다. “그냥 오고 싶었어”라고 말했지만 많은 갈등을 겪은 듯했다. 그날 이후 도서관의 형 자리엔 성경이 놓였다. 그리고 형은 1차에 합격하고 2차 시험을 위해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어느 날 우리 기도모임에 불쑥 나타나선 잊지 못할 이야기를 해주었다.
“예수님을 알아가면서 고민이 생겼어. ‘나는 왜 사시에 목숨을 걸고 있나?’ 그 이유를 알지.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 판검사가 되는 길보다 더 빠른 출세는 없다 여겼거든. 그런데 그런 생각이 점점 부끄러워졌어. 때마침 ‘보호관찰사’ 제도가 생겼어. 청소년들이 재범을 안 저지르도록 돕는 직업이야. 좋은 일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점점 관심이 커지더니 급기야 고난주일을 앞둔 주일예배 시간에 문득 이런 물음이 떠올랐어. ‘나를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하나님께 나는 뭘 드리지?’ 그리고 헌금을 꺼내기 위해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사법시험 수험표가 잡히는 거야. 하필이면 그 순간 내가 보호관찰사가 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 마음이 느껴지고 나는 수험표를 헌금주머니에 넣어 버렸어. 한낱 야망에 불과한 판검사 대신 보호관찰사가 되기로 작정한 거지, 순식간에.”
형은 그해 보호관찰사 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야망과 꿈을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꿈을 향해 자신을 드리는 것이야말로 온전한 헌신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임을 가르쳐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