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보금자리가 된 사택 

광주 양림산은 해발 108m의 동산으로 조선시대에는 전염병에 걸린 어린아이들의 시체를 장사하는 풍장터였다.

 1904년 이후 미국 선교사들이 이곳에 터를 잡으며 나무를 심고 산자락에 교회와 학교 병원 등을 세워 ‘생명의 산’으로 변화되었고 아울러 광주 양림동 일대가 근대문화의 꽃을 피우는 구심점이 됐다. 산을 내려오면서 양림동 둘레길을 걷다보면 오래된 가옥을 통해 예술적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 중 광주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 15호 ‘우월순 선교사 사택’이 광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이다. 1910년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921년 화재 후 증축됐다. 회색벽돌로 쌓은 정사각형의 연 면적 350㎡의 집으로 1층은 거실 가족실 다용도실 부엌 욕실이 있고 2층은 침실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으로 사용됐다.

 우월순(Dr. Robert M. Wilson) 선교사는 1908년, 그의 나이 28세에 한국에 의료선교사로 파송됐다. 2대 제중병원장을 맡은 그는 한국의 한센병 치료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처음 광주 선교진료소에서 치료를 시작했는데 다른 환자들의 반발로 가마터를 치우고 거처 삼아 치료한 것이 오늘날 여수 애양원을 탄생케 했다. 모습이 흉하고 전염될 수 있다는 오해 때문에 사람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했던 나환자들은 우월순 선교사의 따뜻한 보살핌에 몸과 마음의 위로를 얻었을 것이다.

 또 어린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컸던 우월순 선교사는 지역 최초로 고아원 사역을 펼쳐 주일학교를 부흥시켰다. 1945년 고아 45명을 사택에서 보살폈는데 그때 우월순 선교사와 동역하던 박애신이 직접 재봉질을 하며 고아들의 옷을 만들어 입혔다.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딸 박순이는 마태복음 19장 19절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에 입각해 한국전쟁 직후에 부모를 잃은 수많은 전쟁고아들을 품었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미국 남장로교회 소속 13명의 선교사들의 후원을 받아 지금의 충현원을 세웠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우월순 선교사의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고 지금까지 그 사랑의 훈풍이 애양원과 충현원을 통해 따뜻하게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