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반은 공회의 심문에 맞서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 함께하신 하나님의 섭리를 담대히 설교하면서 먼저 아브라함과 요셉과 함께하신 하나님에 대해서 말한 후에 모세에 대해서 길게 설명했다. 그의 기적적인 구출과 성장, 40세에 미디안으로의 도주, 80세가 되어서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출해낸 일 등을 말한 뒤에 시내산에서 ‘광야 교회’에 있으면서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을 받은 자가 바로 모세였음을 밝혔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교회’로, 시내산에서 주신 율법을 ‘살아 있는 말씀’으로 표현한 스데반을 성전 모독죄와 율법 모독죄로 고발한 것은 터무니없는 일임을 보여주었다.

 이제 스데반은 광야 세대가 하나님의 구원의 은혜를 저버리고 우상숭배의 죄에 빠진 것을 신랄하게 고발한다. 스데반은 광야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대적하며 아론에게 “우리를 인도할 신들을 우리를 위하여 만들라”고 요구해 “그들이 송아지를 만들어 그 우상 앞에 제사하며 자기 손으로 만든 것을 기뻐했다”고 말한다(행 7:41).

 스데반은 이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을 통렬하게 묘사한다. “하나님이 외면하사 그들을 그 하늘의 군대 섬기는 일에 버려 두셨다”(행 7:42). 사도 바울도 창조주이신 하나님보다 피조물을 “더 경배하고 섬긴”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셨다”고 말하고 있다(롬 1:24, 26, 28). 그 결과 훗날 유다는 멸망 받아 바벨론으로 포로돼 끌려가는 수치를 당하고 만 것이다(참조 행 7:43; 암 5:27).

 계속해서 스데반은 성전에 대해서 언급한다.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명하신 대로 광야에서 ‘증거의 장막’을 만들어 다윗 때까지 가지고 있었다가 솔로몬 때에 이르러 “[하나님]을 위하여 집을 지었다”고 말했다(행 7:44∼47).  

 그 다음이 중요하다. 스데반은 성전 건축 과정을 이처럼 매우 간략하게 설명하고 나서는 즉시 성전을 신격화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아니하시나니”(행 7:48). 여기에서 ‘손으로 지은 곳’이란 예루살렘 성전을 가리키는 말로서 광야 세대가 송아지 우상을 만들 때와 같은 표현이 사용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성전 건물 자체는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에 불과하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실 때 비로소 그것이 문자 그대로의 성전이 되는 것이다.

 스데반은 그의 설교를 마치며 공회원들을 준엄하게 고발한다. “…너희도 너희 조상과 같이 항상 성령을 거스르는도다… 이제 너희는 그 의인을 잡아 준 자요 살인한 자가 되나니 너희는 천사가 전한 율법을 받고도 지키지 아니하였도다”(행 7:51∼53).

 이처럼 스데반은 율법을 범하고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성전을 모독한 자는 자신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고소한 이스라엘 종교 지도자들이라는 사실을 성경에 입각해서 통쾌하게 폭로했다. 그 어떤 문제와 위험이 우리를 위협한다 해도 스데반처럼 말씀과 성령으로 충만할 때 우리 또한 통쾌한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호성 부목사(목회신학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