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영광과 승리 기대하는 자
자기 십자가 무게 견뎌내야

갈보리 십자가는 ‘죽음으로 곧 다시 얻은 새 생명’이라는 기독교의 역설적 진리의 의미심장한 상징이며 동시에 온전히 ‘주님을 따르고자 하는 자들’ 곧 ‘신앙인들’에게 요구되는 거룩한 의무이다. 그것은 복음서가 반복해 증언하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로 ‘그 길’ 곧 ‘십자가의 길’을 따르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따르고 싶다면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마 16:24; 막 8:34; 눅 9:23)고 말씀하셨다.

 십자가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 십자가와 부활을 함께 묶어 성도의 개인적인 자기변혁의 과정을 보여주는 기독교적 요구에 대한 최상의 이미지다. 그 과정이란 바로 옛것을 버리고 새롭게 태어남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이 경험한 다메섹에서의 개인적 변화의 맥락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갈라디아서 2장 20절에서 바울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고 고백한다. 이것은 매우 은유적이면서 자기성찰적인 고백이다.

 어떤 사람이 주님을 영접해 회개하고 속죄하기 위해 무겁고 큰 십자가를 만들어 자신이 직접 어깨에 지고 성지순례를 떠났다. 며칠이 지나자 어깨가 붓고 저려와 ‘어떻게 하면 십자가를 가볍게 할 수 있나’하고 궁리하였다. 결국 그는 지고 가던 십자가의 양쪽 팔을 조금 짧게 잘랐다. 훨씬 가벼워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십자가는 무거웠다.

 계속 길을 걷다가 먹을 것도 없고 마실 물조차 없는 사막에 들어서자 더욱 무겁게 짓누르는 십자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다시 세로 방향으로 반을 잘라 내버렸다. 마침내 지평선 너머에 있는 도시를 발견한 그는 지친 몸을 끌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의 앞에는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건널 다리가 없자 그는 자신이 지고 온 십자가를 다리로 삼아 건너려 시도했다. 그러나 힘들 때마다 조금씩 잘라낸 십자가는 그 길이가 너무 짧아져 그곳을 건널 수 있는 다리로 사용할 수 없었다.

 십자가의 길을 걷고 순교자의 삶을 사는 것은 바로 ‘예수와 함께 바로 나 자신이 죽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죽음은 가치 없는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영광스러운 은혜와 권능의 수여로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예수 죽음 나의 죽음’이 ‘예수 부활 나의 부활’ 그리고 ‘예수 능력 나의 능력’이 되는 놀라운 역설적 가치이며 진리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라는 격언이 있다. 그처럼 ‘십자가의 영광과 승리를 기대하는 자는 자기 십자가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한다. 십자가 없는 영광은 없으며 희생이 없는 승리는 없다! (No Cross No Crown! No Sacrifice No Victory!)

김에녹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