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소명 다한 선교사를 기념하는 교회

광주광역시 남구 양림동 수피아여자고등학교 안에 위치한 유진 벨 선교사 기념 교회는 1923년에 건축을 시작해 이듬해에 완공된 근대식 건물이다. 원래는 건축 헌금 기증자의 이름을 따서 코넬리아 커티스 기념교회로 불렸지만 유진 벨 선교사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한 교회이기에 명칭을 변경하게 됐다. 반지하 건물로 아래층은 선교사 자녀 학교와 숙소로 윗층은 선교사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장소로 활용했었다.

 광주는 1896년 행정구역이 개편되면서 전라남도의 행정중심지가 되어 나주와 목포를 능가하는 도시로 발전했다. 선교사들은 이곳을 선교중심지로 생각해 1904년 2월 남장로교의 선교연례회의에서 선교부를 광주에 신설할 것을 결정한다. 일찍이 선교사들이 정착해 교육과 의료 선교를 펼치고 근대 문물을 전파해서인지 광주에는 많은 예술가들이 배출됐고 현재도 다수의 근대 건축물이 남아있어 근대역사문화의 산실로 불린다.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사인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도 1904년 12월 20일에 오웬 선교사 가족과 함께 광주로 이사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25일 임시사택에서 첫 예배를 드리고 ‘광주교회’와 광주선교부를 시작했다. 또한 숭일학교, 수피아여학교, 광주진료소를 세우며 교육과 의료선교에 힘썼다. 그의 첫 사역지는 광주가 아니었다. 목포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1897년 3월 5일 목포교회와 1898년 9월 11일 목포선교부 창립에 이어 1899년 11월 오웬 선교사를 소장으로 세워 목포진료소를 개소한다.

 파란눈의 선교사가 한국에 와서 당한 고충은 그가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드러난다.“밥은 맛이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 음식을 먹기로 했습니다. 친구가 되려면 그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일전쟁 후 콜레라로 죽는 사람이 하루에 50∼100명이 넘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도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며 호남선교에 힘쓰던 중 1901년 아내 로티 벨이 풍토병으로 사망하는 슬픔도 겪지만 그는 이 땅에 부름 받은 예배자로서 섬김의 소명을 다했다. 유진 벨 선교사의 믿음의 불씨는 지금도 기념 교회를 통해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