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기획ㆍ특집 > 김지방 기자의 ‘사랑, 세상을 변화시키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위대한 여정

예수님의 사랑만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어

이번호에도 지난달에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20여 년 전 남아공에서 일어난 일들을 살펴보면 오늘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혼란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기도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남아공에서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집권한 이듬해인 1995년 백인과 흑인이 저지른 인종차별과 폭력을 밝혀내고 청산하기 위해 ‘진실과 화해 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위원회의 임무는 과거청산을 통해 흑인과 백인이 함께 사는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일이었지만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수많은 범죄가 신고됐습니다. 청문회에 나온 피해자와 가해자들은 끔찍한 사건들을 증언했습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화해보다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모든 증언을 귀 기울여 들어야 했던 청문회 위원들은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위원장인 투투 주교는 위원회 활동 중에 암에 걸릴 정도로 괴로웠습니다. 그럼에도 투투 주교는 분노한 시민들을 향해 왜 용서와 화해가 필요한지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얼마나 끔직한 악행에 빠져들 수 있는지 보았습니다. 섬뜩했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들은 괴물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신앙은 사람이 아무리 사악한 행위를 저질러도 그가 악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죄는 미워하고 나무라되 죄인을 향해서는 연민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요컨대, 우리가 범죄자들을 괴물과 악마로 단정한다면 그들이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도덕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셈이 됩니다. 그들도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렸다는 뜻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믿는 신앙에 따르면 참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도 여전히 회개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에는 흑인과 백인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외부에서는 이들을 비난했습니다. 흑인들은 흑인 위원들을 “백인과 타협하려 한다”고 손가락질했고 백인들은 백인 위원들이 “백인의 명예를 버리고 흑인들의 권력에 빌붙으려 한다”고 욕했습니다.

 위원회 안에서도 서로 믿지 못했습니다. 흑인 위원들은 백인들이 여전히 자신들을 차별한다고 생각했고 백인 위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시 돋힌 말이 난무하고 상대를 비웃기 일쑤였습니다. 흑인과 백인 사이는 물론이고 흑인과 흑인 혹은 백인과 백인 사이에도 분열과 의심 냉소와 손가락질이 난무했습니다. 이런 분열은 인종차별 시대의 산물이었지만 흑인들이 집권하고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려는 때에도 여전히 힘을 발휘했습니다. 투투 주교는 진실과 화해 위원회 회의장에 촛불을 켜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르고 정치적 입장과 마음속에 가진 지도가 서로 다릅니다. 우리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의 마음을 배려합시다. 그러려면 우리의 감수성을 깨워야 합니다. 우리의 영혼이 타인을 향해 열려야 합니다. 눈을 감고 묵상 합시다. 오늘 하루는 말을 멈추고 침묵합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20여 년 전 남아공의 투투 주교 같이 “오늘은 촛불을 밝히고 침묵하며 서로의 영혼을 향해 마음을 열자”고 말하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서로를 향해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은 많지만 “아무리 끔찍한 죄인이라도 여전히 회개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의 기도, 십자가의 복음은 교회 안에 머무르는게 아니라 세상에서도 힘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랑으로 먼저 시작할 때입니다. 굳은 믿음을 가지고 이런 사랑의 수고로 세상을 변화시킬 사람, 어디에 있을까요?

김지방(국민일보 기자)

 

기사입력 : 2018.12.16. am 11:38 (입력)
김용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