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식을 생각하면 창세기의 안식일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아브라함 조슈아 헤셸은 그의 저서 ‘안식’에서 안식일은 수고를 접고 잃어버린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 쉬는 중간다리가 아니며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날도 아니다. 안식일은 시간이라는 영적 실재와 만나는 날이고 자신의 시간을 영으로 채우는 날이며 몸과 마음이 진정한 쉼, 평안을 누리는 날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예외 없이 주중 엿새 동안은 사고팔기라는 것에 온통 마음이 빼앗겨 있다. 주일에는 육체적으로 활동을 잠시 멈춘 것일 뿐 마음과 정신은 쉬지 않는다. 내가 얻어야 할 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걱정한다. 우리의 온 신경과 마음의 밑바닥에는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누리고 싶은 욕구가 있다. 참된 평안을 누린다는 것은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시간이 있다. 하나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 누구에게나 있는 객관적인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이다. 다른 하나는 유일하게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kairos)이다. 하루 중 잠시라도 조용한 시간(quiet time)을 내어 하나님의 임재와 영혼의 풍요를 채우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게 카이로스이다. 우리가 카이로스 의미를 제대로 새긴다면 크로노스라는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참된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참된 평안을 누리기 위해 안식일에는 땅에서 씨름하던 것들과 물질을 얻는 노력들을 그쳐야 한다. 물질적인 소유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영혼의 씨앗을 보살펴 자신의 시간을 영으로 채우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주일 예배를 드릴 때 온전히 하나님만 생각하고 그분의 임재를 경험한다면 그것이 참된 평안이다. 주중에는 매일 저녁 잠자리 들기 전 아주 적은 시간이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묵상을 하는 중에 참된 평안을 경험할 수 있다. 안식은 나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냥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힘을 다하여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우리의 삶 가운데 날마다 하나님이 앞장서시고 공급해 주시는 것을 경험하면서 자유함을 누린다면 참된 평안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예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이 참된 평안을 얻는 인생이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