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한 초등학교 가을 운동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희귀병을 앓던 6학년 기국이는 키가 작고 몹시 뚱뚱했습니다.
그래서 매년 가을 운동회 달리기에서 꼴찌를 도맡아 했습니다. 그해 가을 운동회에서도 기국이는 달리기 시합에 나갔습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 네 명의 친구들이 기국이를 제치고 앞으로 뛰어나갔습니다. 기국이는 ‘올해도 꼴찌를 하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기국이를 제치고 앞서 달리던 친구들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기국이를 향해 모두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기국이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기국이의 손을 잡고 모두 함께 결승선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꼴찌를 도맡아 하는 기국이를 위해 친구들이 깜짝 선물을 한 것입니다. 달리는 동안 기국이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 눈물은 꼴찌를 했을 때 흘렸던 부끄러움의 눈물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이 한없이 고마워서 흘리는 눈물이었습니다.
결국 다섯 아이가 함께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아이들은 모두 1등 도장을 손목에 받았습니다. 이번 운동회 달리기는 1등도 없고 꼴찌도 없는 시합이 되었습니다. 기국이와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운동장의 모든 사람은 뜨거운 갈채를 보내주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앞서가기보다는 함께 가는 사람들입니다.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보다는 뒤처진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토닥여주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세상 가운데 넘어지고 쓰러지고 찢긴 우리를 예수님께서 만나주시고 싸매주시고 회복시켜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사랑을 경험했기에 우리는 그 사랑을 또한 나누어야 합니다.
2018년을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달려오셨습니까? 그 경주에서 무엇을 얻으셨습니까? 그 경주에서 누구의 손을 잡고 달리셨습니까? 그저 앞만 보며 그저 나만을 위해 나홀로 달려왔다면 이제 잠시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국이의 친구들이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달리기를 멈추었듯이 뒤처져 달려오던 기국이를 기다려주었듯이 기국이의 가녀린 손을 맞잡고 함께 달려갔듯이 달리던 길을 잠시 멈추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의 손을 힘껏 잡아주고 가슴 가득 그들을 안아주는 것은 어떨까요?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좋으신 주님께서도 우리와 동행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이 세상은 조금은 더 아름답고 조금은 더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