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대성전에 처음 들어왔던 40년 전 어느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1978년 여름, 일곱 살이었다. 이제 막 ‘신앙계’ 기자로 일을 시작하신 어머니가 이모와 어린 나에게 교회 구경을 시켜주셨다. 평일 한낮이었고 대성전은 텅 비어있었다. 어두컴컴한 대성전 강대상 위에는 너무나 길고 너무나 단순한 디자인의 십자가가 은은하면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후광 조명을 받으며 부드러우면서도 압도적인 느낌으로 걸려 있었다. 그 넓은 대성전의 모든 것이 십자가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성경과 구원의 깊은 의미를  몰랐지만 적어도 내 마음에는 대성전의 중심에 걸려있는 그 엄숙하면서도 강렬한 십자가가 삶과 세계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십자가는 아무리 고운 꽃길을 걷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수많은 가시밭길을 지나기 마련인 인생길에서 나에게 위로와 용기와 구원의 능력이 되어주었으며 세상이라는 가파른 언덕에서 몸을 의지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십자가가 삶과 세계의 중심’이라는 말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그것은 십자가를 통한 구원은 우리의 삶과 세계의 일부 어느 한쪽에만 관계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부분과 연결된다는 뜻이다. 십자가 구원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는 우리 인생과 세계의 모든 조각들을 모아주고 맞춰주고 조화롭게 해준다는 뜻이다.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된다는 뜻이다(엡 1:10).

 따라서 십자가 구원은 역사의 어느 잊혀진 시간에 세계의 어느 구석에서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십자가 구원은 어느 한 종류의 아픔만을 위로해주는 지엽적인 구원이 아니다. ‘지엽적인 구원’이란 모순어법이다. 구원은 본래 지엽적이지 않고 전체적 전인적이다. 부분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다. 개인에만 그치지 않고 세계를 품는다. “예수 나의 중심 되신 주”라고 번역된 이스라엘 하우튼의 CCM 가사의 1절 가사는 “예수님이 그 모든 것의 중심”(Jesus at the center of it all)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단순히 ‘나의’ 중심만이 아니라 ‘그 모든 것’ 즉 사회와 국가와 세계의 역사와 우주의 중심인 것이다.

 우리 오순절 신앙과 신학은 십자가 구원의 이러한 전인성 포괄성 중심성을 올바르게 포착해왔다. 영혼구원이 질병 치유 및 범사에 잘되는 축복과 연결됨을 믿었다. 받는 축복은 나누는 축복으로 확장됨을 개인 구원은 사회적 구원으로 나아가야 함을 발견했다.

 오순절 신학자 아모스 용은 구원에는 개인적 구원, 가족적 구원, 교회적 구원, 물질적 구원, 사회적 구원, 우주적 구원, 그리고 종말론적 구원 등 최소한 일곱 가지 차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일곱 가지 차원에 연결되지 않는 삶의 모습이나 세계의 일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만유를 통일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밑에서 우리의 조각난 삶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대성전 한가운데 걸려있는 십자가를 바라보는 눈은 복이 있다. 그 눈은 세상의 중심에서 십자가를 발견한 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