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

정부가 합법적일 때 교회는 복종해야 한다
하나님을 대적할 때 교회 사명에 충실해야

 크리스천은 하늘나라의 백성이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국민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국가의 평안과 발전을 위해서, 국가의 지도자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 비록 국가와 제도가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지도자가 최선을 다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크리스천은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고, 복음을 전하는 데 방해받지 않게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인간 사회에 세 가지 근원적인 조직을 세우시고 각각 권위를 부여해주셨다. 먼저 하나님은 가정을 세우신다. 부부가 합하여 가정을 만들고(창 2:22∼24), 부부 사이에 서로 다른 책임과 임무를 주셨다. 다음으로 하나님께서는 국가를 세우셔서 적절하게 사람을 통제할 수 있도록 제도와 법규를 세워주셨다. 또한 가시적인 교회를 조직해주셔서 보이지 않는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게 해주신다.

 먼저 하나님의 백성과 국가와의 연관성을 시대적으로 고찰해본다. 고대 이스라엘은 제정일치의 사회였다. 모세는 종교적 지도자로서 영적 권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배권을 가진 통합적 지도자였다. 그러다가 왕권과 제사장의 권위가 이원화됐다. 사무엘은 말년에 사울을 왕으로 세움으로써 사무엘의 제사장적 권위와 사울의 왕권으로 나눠진다. 때때로 왕권과 제사장권이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웃시야는 제사장의 권한을 무시하고 분향을 하려다가 오히려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됐다(대하 26:19∼20).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에서는 유대인이 정치적 경제적 지배를 받았으며, 다만 종교적 자유만을 인정받았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세상의 통치자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물음으로써 예수님을 시험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것과 가이사의 것을 구분해 각각의 의무를 이행하라고 말씀하셨다(마 22:21).
 5세기에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저서 ‘하나님의 나라(신국론)’에서 세상에는 두 나라(도성)가 있다고 기술했다. 하나님의 도성에는 하나님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며,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세속의 도성에서 살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사랑하는 자들을 위해 국가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세속 정부는 멸망하게 되므로 국가는 잠정적으로 존재한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M. Luther)는 ‘두 왕국설’을 주장했다. 하나님의 오른손은 교회이며, 왼손은 정부이다. 국가는 하나님을 대신해 사람들을 통솔하며, 관리는 하나님의 사역자(일꾼, 디아코노스)이다(롬 13:4). 루터는 “사람은 선하게 창조되었으나 범죄 후 타락했다. 그러므로 의인의 통치에는 국가가 필요하지 않지만, 죄인의 통치에는 국가가 존재해서 악을 제압하고 의를 권장해야 한다”고 보았다.

 현대에 들어와서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에서는 인간의 구원을 넘어서서 사회와 제도의 구원을 위해 정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주장한다. 나아가 생태계의 구원까지 확장된 신학운동을 전개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하나님의 백성과 국가의 관계에서 왜 하나님의 백성이 세속 정부에 복종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가르침이 로마서 13장 1절에서 7절까지 잘 나타나 있다. 그것은 권세를 거스르면 심판을 받기 때문이다. 세상 정부의 강제력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방해하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크리스천은 신앙인으로서 양심에 따라 국가에 복종한다. 이로써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솔선해서 이행하는 착한 국민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국가는 개인을 보호해주며, 각종 혜택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복종할 필요가 있다(벧전 2:13∼14).

 그러므로 크리스천은 국가가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재정을 충당할 수 있도록 세금과 각종 의무를 다해야 한다. 로마서가 기록되던 당시 로마제국에는 여러 가지 세금이 있었다. 조세는 로마제국이 속국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공세(tribute)이다. 그 종류로 토지세(곡식과 과실에 부과함), 소득세(소득의 백분의 일), 인두세(14∼65세 대상) 등이 있었다. 또한 관세는 개역성경에 국세로 번역된 것으로 지방세이다. 수출입 관세, 대로 사용세, 교량세, 시장세, 입항세, 동물소유세, 차량운행세 등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교회는 합법적인 일에 대해 정부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하나님을 대적하는 정부에 대해서 교회는 우선적으로 교회 본연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정의 실현과 복음을 전파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하니 관리들이 백성들 때문에 그들을 어떻게 처벌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다시 위협하여 놓아 주었으니 이는 모든 사람이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림이라”(행 4: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