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직접 보상한다
 
 회복의 9단계는 “다른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어디서나 내가 해친 그들에게 직접 보상한다”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 있다.  감정에 대한 치유도 마찬가지이다. 제일 쓴 약이 몸에 좋듯이 상한 감정의 치유를 위해서는 쓰라린 마음으로 처리해야 되는 일들이 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직접적인 보상이다.
 K집사가 미국으로 이민을 갈 결심을 한 것은 80년대 초에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어렵고 가난을 벗어나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래서 미국행을 결정했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들 둘을 낳고 살아가는데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하자마자 시부모님은 K집사에게 경제 활동을 할 것을 강요했다.

 결국 시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식료품점의 직원과 식당의 점원 그리고 청소일 등 닥치는 대로 두세 가지 일을 감당하기 시작했다. 결국에 집에서 5시간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식료품점을 도맡아 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본인이 경제 활동의 영역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집에서 아무도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일의 날 수를 더 늘릴 수밖에 없었고 이 주일에 한 번 집에 왔는데 그것도 잠시 아이들을 보고 몇 시간 후에 다시 일터로 돌아가는 형식이었다. 돌아서서 가는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 두 아들들은 아파트 난간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엄마 안 가면 안 돼!”라고 외치고 있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시댁 식구가 아파트를 팔고 아들 둘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이다. 백방으로 수소문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정말 살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두 아들을 생각하면서 용기를 내서 삶을 수습하고 일방적으로 날아온 이혼 문서를 가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신앙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이 있는 숙소에 불이 났다는 연락과 아이들이 방치되어 있다는 연락이었다. 전 남편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가버렸고 시부모님은 한분은 돌아가시고 한분은 요양원에 있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이미 고등학생들이 되어버린 아들 둘과의 재회는 화재의 사건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엄마를 본 아들들의 반응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무 냉담한 것이었다. 아들들은 엄마가 자신들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K집사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지만 아들들은 인생의 가장 큰 피해를 엄마로부터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나는 아들들에게 “자식을 버리고 떠난 비정한 엄마”였다.

 회복그룹에서 배운 9단계를 실행해야 할 시간이었다. 주어지는 모든 시간에 아들들을 찾아가서 설명을 해 주었다. 진심으로 이해할 때까지 찾아가 보상을 해 주었다. 결국 아들들이 이해를 하게 되었고 두 아들은 이제 장성해서 미국 군인이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내가 의도하지 않았던 일에도 엄청난 피해를 주는 가해자가 되어 있을 수 있다. 부모님의 이혼의 틈에 끼어서 가장 큰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을 향한 그 보상 그보다 값진 보상이 있을까? 오늘도 내가 해를 끼친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향해 직접적인 보상을 시작해 보기 바란다. 그러는 가운데 그리스도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