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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선수(봅슬레이·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청각 장애 딛고 우뚝 서 만든 기적의 산물
주를 위한 삶이 내게 주신 하나님 ‘소명’ 

 올해 2월 날씨는 유난히 매서웠다. 하지만 우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열정(Passion)으로 하나(Connected)가 됐다. 그래서 행복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썰매 종목에서 아시아 최초 금·은메달이 나오면서 국민들의 환호는 대단했다. 올림픽 폐막식 날 얻은 봅슬레이 은메달(독일과 공동 수상)은 원윤종·전정린·서영우·김동현 4명의 선수가 주인공이 된 역전의 드라마로 국민들에게 잊지 못할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 4차 주행을 마치고 은메달이 확정되자 포효하는 선수들 뒤로 그 짧은 순간 두 손을 하늘 높이 들고 감사하는 이가 있었다. 김동현 선수였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김동현 선수는 10년의 봅슬레이 선수 생활이 맺은 값진 결실에 감사의 세리머니를 했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때의 소감을 묻자 김동현 선수는 ‘감사 또 감사 뿐’이라고 답했다. “관중석에서 들려오던 함성은 그날의 기쁨을 더했고, 앞으로 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김동현 선수는 당시 관중의 함성을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표현했다. 그에게 ‘소리’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이었다. 김동현 선수는 2007년과 2010년 인공 달팽이관 삽입 수술을 하고서야 세상의 소리를 찾게 됐다. 대학 은사의 헌신과 한 기업의 후원 덕분이었다.

 청각장애였던 그는 9살부터 수술 전까지 보청기를 착용했다. 상대의 입술을 보고서야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생활의 불편은 있었지만 그에게 장애는 장애물이 아니었다. 신앙 덕분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헌신과 기도로 일반학교를 다녔다. 입학을 거절하는 학교측에 어머니는 “한 번만 믿어 달라. 잘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김동현 선수는 공부는 물론 운동을 잘했다. 그리고 오로지 노력과 실력만으로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김동현 선수는 모태신앙이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건 대학을 입학하면서였다. 신앙심이 깊었던 교수를 만났고, 그와 함께 말씀을 묵상하며 하나님을 깊이 알게 됐다. 삶의 우선순위가 하나님이 됐다. 그 안에서 꿈도 찾았다. 체육교사를 꿈꾸게 된 것은 사회적 약자도 조금만 환경이 열리면 ‘할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후학에게 알게 해주고 싶어서였다.  김동현 선수의 인생을 바꿔놓은 포스터 한 장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고난의 순간, 주와 함께
 
 봅슬레이 그림과 함께 ‘가자 밴쿠버!’라고 적혀있던 포스터. 그는 2009년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남다른 실력과 감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던 봅슬레이 종목. 김동현 선수는 눈여겨보던 대학 후배 전정린 선수를 봅슬레이 세계로 이끌었다. 알고 지낸 원윤종 선수에 이어 서영우 선수까지 합류시키면서 지금의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봅슬레이 역사는 말 그대로 ‘무’에서 ‘유’가 만들어진 경우다. 변변한 경기장이 없어 아스팔트 위에서 나무 썰매로 연습해야 했다. 10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봅슬레이에 집중한 결과 오늘이 만들어 졌다. 봅슬레이의 최고 속력은 150㎞이상이다. 위험이 따르는 경기라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넘어지고 뒤집어지고 깨지고 쓰러지길 수차례. 그래도 선수들은 외길을 묵묵히 지켜냈다. 김동현 선수는 모든 고비의 순간을 오로지 신앙의 힘으로 이겨냈다. 바쁜 선수촌 생활 중에도 예배 시간은 반드시 지킬 만큼 선수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서영우 선수와 진천선수촌에서 함께 예배드리며 기도했던 시간들을 김동현 선수는 소중히 기억했다.

 연습이나 경기 전 선수들에게는 루틴(마음의 안정을 찾는 준비 단계)이 있다. 김동현 선수의 루틴은 성경 구절 암송이었다.
 “스타트 블록(얼음) 위에 올라서면 먼저 여호수아 1장의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고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야훼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이어 빌립보서 4장 13절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고백합니다. 그럼 평안과 자신감이 생겨납니다”

 김동현 선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포지션(위치)을 변경했다. 2인승 파일럿(맨 앞)에서 4인승 브레이크(맨 뒤)로 바꿔야했기에 두 달 만에 20㎏ 가까운 몸무게를 감량했다. 봅슬레이는 초반 가속력이 주행속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초반 가속력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 주자는 빠른 발놀림으로 끝까지 달려야한다. 김동현 선수로서는 빠른 발을 위해 인내로 몸무게를 감량해야했다. 팀을 위한 배려였고, 화합과 연합이 있었기에 값진 메달을 딸 수 있었다.

먹든 마시든 오직 주만 위해 

 올림픽의 감흥은 여전히 뜨겁다. 그러나 김동현 선수는 감동을 뒤로하고 내년 3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 준비에 또 다시 돌입했다.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소명’을 이루기 위해서다.
 “제 소명요? 먹든지 마시든지 다 주의 영광을 위함이죠. 장애를 주셨던 이유도, 봅슬레이를 하게 하신 것도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라고 믿습니다. 모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세상에 나타내시기 위함’이겠죠. 은메달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김동현 선수는 4년 뒤 베이징동계올림픽도 기대하고 있다. 또 다시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것이 곧 하나님의 능력을, 기적을 보이는 기회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하는 삶이 하나님을 전하는 삶임을 그는 강조했다.

 

기사입력 : 2018.04.15. am 12:09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