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최고위 종교지도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세 달 전, 예수라는 인물이 갈릴리와 예루살렘 지역에 나타나 아무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하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맹인의 눈을 뜨게 하며, 귀신을 내쫓는다고 해서 구름같이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 주변에 모여드는 것을 더 이상 방관했다가는 자신들의 지위와 기득권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해서, 백성들을 선동해서 로마 총독인 빌라도에게서 사형 선고를 받아내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건만, 그의 추종자들이 그들의 스승처럼 또다시 예루살렘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의 대상이 되다니 이것이 어떻게 된 일인가? 그래서 그들은 예수라는 ‘위험 인물’을 체포해서 심문했던 것처럼 그의 추종자들, 즉 베드로와 요한을 비롯한 사도들을 잡아다가 공회(산헤드린)에 세워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심문을 시작했다.

 베드로와 요한이 제 구 시 기도 시간에 성전에 온 예루살렘 사람들 앞에서 나면서부터 40년 동안 못 걸은 사람을 고쳐준 기적을 일으킨 결과 5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믿게 된 것(행 4:4)을 그냥 놔뒀다가는 나중에는 속수무책이 될 것 같아서 이 선에서 싹을 자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유대 종교지도자들은 사도들에게 물었다. “너희가 무슨 권세와 누구의 이름으로 이 일을 행하였느냐?”

 적의와 살의로 가득한 공회의 권력자들 앞에 끌려온 사도들은 예전 같았으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이전의 그들과 완전히 다른 존재들이었다. 성경은 베드로가 “성령이 충만하여” 그들에게 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행 4:8). 주님께서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내다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너희를 끌어다가 넘겨 줄 때에 무슨 말을 할까 미리 염려하지 말고 무엇이든지 그 때에 너희에게 주시는 그 말을 하라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요 성령이시니라”(막 13;11)

 베드로는 성령 충만하여 “백성의 관리들과 장로들”에게 답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은 심문에 대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설교에 가까웠다. 베드로의 설교는 지금까지의 설교 중에서 가장 짧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의 두 설교(① 오순절 성령 강림 설교, ② 미문 앞의 못 걷던 자를 일으킨 후의 설교) 못지않게 강력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었다.

 공회 앞에서의 베드로의 설교의 요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로, 이 사람이 고침 받은 것은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된 것이다. 둘째로, 너희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셨다. “이 예수는 너희 건축자들의 버린 돌로서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느니라”(행 4:11). 셋째로, 구원 받는 길은 오직 예수뿐이다. “다른 이로써는 구원을 받을 수 없나니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행 4:12).

 베드로의 이러한 ‘짧고 굵은’ 메시지를 들은 유대 최고지도자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이 보기에 베드로와 요한은 ‘학문 없는 범인,’ 즉 ‘율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평민’이어서 내심 무시하고 있었는데, 이렇듯 논리정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자신들이 두 달 전에 심문해서 십자가에 못 박은 예수의 추종자들이 아직도 흩어지지 않고 그들의 스승과 비슷한 사역을 하고 있는 것에 또한 놀라게 되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베드로와 요한의 기적으로 인해 다시 걷게 된 사람이 그들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어떤 비난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유대 최고 종교지도자들은 사도들을 나가 있으라고 하고서 자기들끼리 어떻게 할 것인가를 궁리한 끝에 그들은 사도들을 불러서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이 때 베드로와 요한이 그들에게 대답한 말이 명언 중 명언이었다.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행 4:19∼20). 이런 말을 듣고도 유대 관리들은 그들을 처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사도들이 행한 그 표적을 보고 수많은 사람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공회는 사도들을 다시 위협하면서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통해 복음 전파의 입을 막으려는 박해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흑암의 세력들의 헛수고일 뿐이라는 사실이 다시금 입증되었다.

김호성 목사(국제신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