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됐다. 9일 평창의 하늘에 성화가 타올랐고 전 세계 각국의 깃발이 휘날렸다. 개막식에서 태극기도, 인공기도 아닌 한반도 깃발 아래 하나 된 남북한 선수들이 동시 입장하며 지구촌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한반도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남북한 선수들을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은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깃발’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마음이 모두 하나가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휘날리는 한반도 깃발을 통해 갈등과 반목상이 분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며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핵 무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 평창 올림픽을 통해 위장된 평화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분위기도 퍼져있다.
이런 가운데 평창에는 한반도기를 포함해 수많은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생각해본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깃발은 무엇인가?’ 태극기도, 인공기도, 한반도기도 아닌 ‘하나됨의 깃발’이다. 하나됨의 깃발은 남과 북 뿐 아니라 남한 내에서도 드높이 올려져야 한다. 하나됨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명제다. 하나됨의 깃발은 화해의 깃발이다. 참된 화해는 깊은 겸손과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것은 인간의 의지로는 결코 나올 수 없다. 오직 하나님과 그분의 목적을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나올 것이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한에 내려온 북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바라보며 ‘탕자의 귀환’이 생각났다. 물론 수많은 목적과 음모가 있는 귀환일 수 있다. 그럼에도 남한 사회가 그 귀환을 오직 ‘큰 아들’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넉넉한 아버지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수는 없을까? 그것이 불가능할까? 이스라엘 민족의 재결집처럼 한민족의 재결집이라는 초자연적인 사건이 평화적으로 일어날 수 없을까? 평창의 한반도기를 바라보며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주님 주시는 초자연적인 ‘하나됨의 깃발’을 소망해본다.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