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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에 밤은 깊고 ④(114)


 “이방 민족을 모두 블레셋으로 생각했나 보군요”
 “자기들 중심으로 세상을 보았으니까”
 해변 마을 다곤은 그 후로도 바다를 건너온 적들로부터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러다가 1755년 꼰바웅 왕조를 건설한 알라웅파야 왕이 그 이름을 ‘양곤’으로 바꿨는데 그것은 ‘전쟁의 끝’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름만 바꿔서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몬 족이 처음 세웠다는 쉐다곤 파야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커지고 높아져서 지금처럼 거대한 성역이 된 것이었다.
 “왕들과 백성이 그 동안 많은 금판을 저 파야에 붙였겠군요”
 “황금의 무게가 6만 킬로그램 쯤 될꺼래”
 “그러면서도 미얀마가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라고 하니, 자신을 비우려는 미얀마 사람들의 집념은 대단하네요. 저를 낳아서 깐보자따디 궁전 앞에 버린 저의 생모도 바고의 파야에 금판을 많이 붙였을까요?”
 “그랬으니까 그 덕에 네가 예수님을 만났겠지”
 “와우, 그건 정말 멋진 해석이네요”
 “쉐다곤 파야의 꼭대기에는 황금 뿐만이 아니라 73 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5448개의 다이아몬드와 2317 개의 루비가 박혀 있단다”
 차량들은 아웅산 국립묘소 앞을 지나서 힌따와디 로드를 계속 달리다가 양곤 강을 건너 세계 어린이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단지로 들어섰다. 전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이 야영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야영장은 엑스포 단지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야영장 출입 인원은 철저하게 검색되고 있겠지요?”
 우방젠 병원장이 묻자 싼슈이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주차장과 야영장 그리고 모든 편의 시설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양곤 경찰이 샅샅이 검색하고 있습니다”
 “폭발물 점검은?”
 “매 시간 검색 요원들이 전열 기구와 가스 기구를 점검하고, 주변 지역은 지뢰탐지기와 각종 폭발물 탐지기, 가스 검색 기구로 순회 검색을 하고 있습니다”  
 차량들이 주차장에 들어서자 인천 주포교회와 송림병원 그리고 코이카에서 나온  봉사자들이 마중을 나왔다. 아이들이 모두 배정된 텐트에 짐을 내려 놓고 모이자 이정선 목사와 미얀마의 모든 선교사들이 양곤에 무사히 도착한 아이들과 함께 감사예배를 드렸다.
 “예수님께서는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길을 막았지만 여러분은 털 끝 하나도 상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이들을 환영하는 이정선 목사의 설교와 축도가 끝나자 아이들은 샨 주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노래 ‘주 안의 기쁨’을 함께 불렀다.  
 “주 안에 소망 있네, 주 안에 살자”
 멘사의 죽음으로 슬픔에 잠겨 있던 그들 가운데 그 노래가 한 밤의 동산에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검푸른 성난 파도 밀어 덮쳐도, 주 안에 사는 마음 평화 넘치네…”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은 다시 하늘 나라로 먼저 간 EW 317 기의 희생자들과 아이들을 지키려고 자신의 몸을 던진 멘사를 위해 그리고  토요일에 있을 행사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싼슈이와 각 지역의 인솔자들이 내일의 봉사를 위해 쉬라고 권해도 아이들의 기도는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되었다. 깜보는 텐트 밖으로 나와 엑스포 단지를 내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주님, 당신은 이렇게 오고 계시는 군요”

<계속>

 

기사입력 : 2018.02.11. am 10:4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