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우리는 예수님의 약속대로 오로지 기도에 힘썼던 120명의 믿는 자들에게 오순절 날 성령께서 바람같이, 불같이 임하시자 모두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방언을 말하게 되었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역사의 흐름을 바꾼 이 사건으로 인해 하루에 3000명씩, 5000명씩 침례를 받고 믿는 자가 됨으로써 초대교회가 탄생하게 되었다.  

 사도행전의 기록에 따르면 당시 초대교회에는 네 가지 주요 요소가 있었다. ① 사도의 가르침 ② 서로 교제 ③ 떡을 뗌 ④ 기도가 그것이었다(행 2:42). 그들은 ‘오로지’ 이 네 가지에 힘썼다. 여기에 더해진 것이 사도들로 인해 나타난 ‘기사와 표적’이었다(행 2:43; 1:8 참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날마다 성전 미문 앞에서 구걸하던 장애인을 사도들이 일으킨 사건이다. 예전 성경(한글 개역판)은 이 사람을 ‘앉은뱅이’라고 했지만 지금 성경(한글 개역개정판)은 “나면서 못 걷게 된 이”라고 함으로써 훨씬 부드럽게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말 한 마디, 한 단어가 사람을 세워주기도 하고, 반대로 넘어뜨리기도 하는 위력이 있음을 재확인하게 된다(약 3:5∼8).

 ‘미문’은 헤롯 성전의 바깥 뜰(‘이방인의 뜰’)과 안 뜰(‘여인의 뜰’; 유대인 남성들은 그 뜰을 지나 더 안쪽에 있는 ‘이스라엘의 뜰’까지 갈 수 있었다)을 구분하는 담에 난 출입구였다. 율법에 따르면 이 문은 이방인은 물론 유대인이라 할지라도 장애인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므로 본문의 ‘나면서 못 걷게 된 이’가 성전에서 다다를 수 있는 최후의 경계선이 그곳이었다. 따라서 그에게 미문은 ‘아름다운 문’이 아니라 결코 들어갈 수 없는 ‘서러움의 벽’이었다.

 매일 매일이 특별할 것이 없었던 이 사나이에게 운명적인 만남이 다가왔다. 바로 베드로와 요한을 만난 것이다. 그들이 ‘제 구 시 기도시간’(지금의 오후 3시)에 기도하러 성전에 들어가다가 미문에서 그를 만났다. 사도들은 성령충만 받고 새 사람이 된 후에도 기존 질서를 급격하게 바꾸려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유대인들의 정기 기도시간을 지킨 것이다.

 미문 앞 걸인이 그들에게 구걸했을 때, 베드로가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이것을 네게 주노니,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외치면서 오른손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사십여 년 동안 걷지 못했던 사람(행 4:22)이 “발과 발목이 곧 힘을 얻고 뛰어 서서 걸으며”(육체적 치료), “그들과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면서”(사회적, 관계적 치료)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송하니”(영적 치료), 즉 육체적, 사회적, 관계적, 영적 치료, 한 마디로 ‘전인적(全人的)인 치료’가 일어난 것이다(행 2:7∼8). 이제 그를 가로막을 경계선은 아무 것도 없게 되었다.

 이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인다. 성경은 이렇게 기록한다. “모든 백성이… 그에게 일어난 일로 인하여 심히 놀랍게 여기며 놀라니라”(행 3:10). 무리들의 이러한 반응은 방언이 처음 터졌을 때 “놀라 신기하게 여긴 것”(행 2:7, 12)과 유사한 표현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는 방언과 치유가 성령께서 주도적으로 역사하신 결과라는 것을 시사한다.

 미문 앞에서 일어난 아름다운 사건은 성령충만할 때 여러 가지 은사와 함께 기적과 이사가 뒤따르며 삶의 방향이 바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준다.

김호성 목사(국제신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