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리가 없는데…”
 더군다나 멘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제타 존에서 곡테익 구간을 담당한 테러 단체는 아랍 지역에서도 냉혹하기로 이름난 ‘자라와’였던 것이다.
 “아이들이 타고 갈 열차는 도착했나?”
 “만달레이에서 올라오는 열차가 19시 35분에 도착합니다. 그 열차가 내일 새벽 5시에 다시 만달레이로 출발하니까 그 사이에 철저하게 검색할 것입니다”
 멘사가 고개를 돌려 역사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고 있을 때 우방젠 병원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인솔자 여러분. 주목해 주세요”  
 라쑈 역에서부터 우방젠 병원장은 각지에서 온 인솔자들을 이끄는 지휘자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솔자들 중에는 선교사들도 있었고, 달리다굼 의사회 소속의 의사들 그리고 각 지역의 새마을 운동 지도자들도 있었다. 이번 행사를 추진한 주최가 달리다굼 의사회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아시겠지만 우리는 내일 새벽 5시에 출발하는 132 열차를 타게 됩니다. 지금부터 흩어져 저녁 식사를 할텐데, 테러리스트의 공격에 대비해서 반드시 경찰관을 대동해 주시고, 역에서 가까운 식당을 택하도록 하세요”
 “내일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나요?”
 “열차 안에서 해결해야 하니까, 저녁 식사를 하는 식당에 부탁해서 도시락을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인솔자 여러분은 되도록 식사를 빨리 끝내시고 역사로 모여 주세요. 좌석을 차량별로 배치할 테니까요”      
 멘사는 SRD의 라쑈 지사에 지프를 반납한 후 깜보와 틴또를 데리고 꼬꼬륀이 안내하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은 후에 꼬꼬륀이 물었다.
 “뭘 드시겠습니까, 어르신?”
 멘사가 그의 손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런건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하는 거라네”
 틴또가 어깨를 치켜 올렸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니까요?”
 아이들이 메뉴를 들여다보는 사이에도 멘사의 기색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깜보는 김치찌개처럼 맵고 새큼하게 끓이는 국수 메오 미셰를 선택했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미얀마에 돌아왔는데도 이상하게 한국에서 먹던 김치찌개가 더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주문을 한 후 깜보가 멘사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뭐가 이상해요?”
 “자라와가 곡테익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거든”
 “이 지역을 할당받은 테러 단체의 이름이 자라와인가요?“
 “응, 냉혹하기로 유명한 아랍 쪽 조직이지”
 “자라와는 아랍어에요?”  
 “아니야, 천일야화에 나오는 해적 이야기에서 유래한 거란다”
 “신드바드의 모험 말씀인가요?”
 그것은 아랍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천일야화에서 바드다드의 상인 신드바드가 바스라 항을 떠나 많은 위험을 극복해가며 동방 항로를 개척한다는 일곱 개의 모험담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모험담 중 하나가 안다만 제도에서 겪는 일인데…”
 안다만 제도는 벵골만 남동부에서 수마트라의 북단까지 징검다리처럼 늘어서 있는 섬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신드바드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야만족은 그곳의 원주민 자라와 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