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신학ㆍ선교 > 칼럼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같이 - 강종복 목사(목포교회 담임)

 1926년, ‘개벽’이라는 잡지에 ‘이상화’라는 시인이 한편의 시를 발표했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제목의 시로, 시인은 꿈을 꾸는 듯, 자기도 모르게 봄의 들판으로 나선다. 그의 눈앞에 아름다운 봄의 들판이 펼쳐진다. 상큼한 바람이 귓전을 스치고, 종달새는 정답게 하늘에서 지저귀고, 풍성하게 자란 보리이삭들이 비에 씻기어 출렁이는 모습이 펼쳐지고, 메말랐던 논에 도랑물이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감싸 흐르며 봄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시인은 꿈에서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스스로를 책망한다. 그리고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하루 종일 들판을 걸으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들판에 봄은 다시 찾아왔건만, 그 봄이 찾아 온 들판은 이미 남의 땅, 빼앗긴 땅이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암울한 현실이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의 기도를 외면하지 않으셨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애굽에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신 것처럼, 홍해를 마른땅으로 만드시고 건너가게 하신 것처럼,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우리 민족을 구원해 내셨다. 그런데 이렇게 72년이 지난 지금, 불행하게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일제 36년과 6.25 전쟁의 비극을 겪으면서 배운 교훈을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한 민족에게 있어서 가장 커다란 위기는 전쟁을 할 때가 아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때도 아니다. 한 민족에게 가장 커다란 위기는 그 민족의 마음이 죽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을 만나도 민족의 마음이 죽지 않으면, 민족의 정신이 살아있다면 그 민족은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에도, 6.25 전쟁 속에서도 그 민족정신만은 살아있었다. 그래서 모든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는 민족의 마음이, 민족의 정신이 죽어가고 있다. 정말로 내일을 알 수 없는 불안한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리 민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주전 8세기로 이스라엘이 마지막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던 시기다. 이 시대를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은 멸망하고 만다. 하나님께서는 아모스 선지자를 통해서 이스라엘에게 마지막 경고의 말씀을 주셨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아 결국 남의 나라에 포로로 끌려가고 말았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우리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하는 나라가 되도록 기도하자.

 

기사입력 : 2017.08.27. am 10:48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