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오순절’이란 어떤 명절이고, “제자들이 다 같이 한 곳에 모였다”는 표현과 성령께서 바람 같이, 불 같이 임하셨다는 표현의 의미 등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다(행 2:1∼3). 이번에는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인해 발생한 성령 충만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오늘의 핵심 본문은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행 2:4)이다.

 본문은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고 증언한다. 여기에서 ‘그들’은 분명히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후에 예루살렘의 다락방에 모여서 “오로지 기도에 힘쓴” “약 백이십 명”의 제자들을 가리킨다(행 1:12∼15).
 이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았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다”라는 표현은 4복음서 중에서 오직 누가복음에만 나온다. 사실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을 제외하고는 성경 전체에서 단 한 번, 즉 에베소서 5장 18절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에만 ‘성령 충만’이란 용어가 사용된다. 이처럼 ‘성령 충만’이란 개념은 누가에게 독특한 것이다.

 이 “충만하게 하다”(헬라어, ‘플레로오’)라는 단어는 ‘가득 채우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성령 충만’이란 ‘성령으로 가득 채워진 상태’를 말한다. 오순절 성령 운동 교단에서는 최초로 성령 충만을 경험하는 것을 가리켜 ‘성령 침례’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성령 침례’나 ‘성령 충만’은 한 개인이 성령으로 가득 채워졌다는 의미에서는 같은 개념이지만, ‘성령 침례’는 최초의 ‘성령 충만’ 경험을 말하는 반면, ‘성령 충만’은 그와 같은 상태가 계속해서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는 점에서 서로 구별됨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성령 충만함을 받게 되면, 주님의 약속대로 ‘권능’을 받아 주님의 ‘증인’이 될 뿐만 아니라(행 1:8),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어 생명의 성령의 법 안에 거하게 된다(롬 8:1∼2). 더 나아가서 성령의 은사(고전 12:8∼10)를 선물로 받아 능력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게 되며, 그리스도의 향기를 널리 퍼뜨리는 성령의 열매(갈 5:22∼23)를 풍성하게 맺게 된다.

 그렇다면 이 오순절 성령 강림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라는 표현에 함축되어 있듯이 지금까지와는 달리 성령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임하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구약 시대에도 하나님의 영, 즉 성령께서 사람에게 임하셨다(창 41:38, 출 31:3, 민 24:2, 삼상 10:10, 19:23, 대상 28:12, 대하 15:1 등). 그러나 구약 시대의 이러한 현상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국한되었다. 그것마저 일회성 내지 단기간에 그쳤을 뿐이지 오랜 기간 지속된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오순절에 성령께서 예루살렘 다락방에 모인 제자들에게 임하시자 그들이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게 된 것이다. 성경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성령의 대중화’ ‘성령의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예루살렘 성전에 운집한 수많은 유대인들과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설교한 베드로가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은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라는 요엘 선지자의 예언이 성취된 결과라고 말한 것(행 2:17)을 통해서도 확인될 수 있다.  

 이 성령 충만의 복음이 이천 년의 세월을 통해 예루살렘과 유대, 사마리아를 지나 우리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성령 충만을 사모함으로써 능력 있고, 열매 또한 풍성히 맺는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김호성 목사(국제신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