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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하시나이다 ③ (88)

 멘사의 표정이 심각해지고 있었다.
 “나도 도청기를 통해 날아온 그 자의 연설을 들었어”
 그는 다시 우방젠 병원장에게 물었다.
 “오카마들의 집단 카마쿠라가 설치고 있는 일본은 어떻습니까?”
 “일본은 아시아에서 적극적으로 서구의 문물을 받아들인 나라이지만 아직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본 뿐 아니라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은 아직도 동성애에 대해서 부정적이지요”
 멘사가 다시 미간을 찡그렸다.
 “세상이 뒤집히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로군요. 종교는 아편이라며 기독교를 탄압한 공산주의 국가였던 중국과 러시아도 동성애에 대해서는 부정적이고, 힌두교의 나라 인도와 불교 세력이 강한 동남아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우방젠 병원장이 그 뒤를 이었다.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 무차별적 테러로 비난받고 있는 이슬람 국가에서도 동성애자는 발각되는 즉시 사형에 처하게 되어 있거든요.”
 “결국 인간의 모든 잘못은…”
 깜보가 다시 나서며 이야기를 정리했다.
 “하나님을 등에 업고 제 방식대로 사는 자들이 저지르는 거예요”
 그 때 할아버지 대신 앞을 주시하고 있던 틴또가 손가락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저기… 궁둥이가 박혀 있는 거 아닐까요?”
 손자의 말에 놀란 멘사가 놀라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우방젠 병원장이 비포장 도로의 거친 노면을 살펴보며 말했다.
 “누군가 최근에 손을 댄 것 같군요”
 도로 한 귀퉁이에 흙의 색깔이 주변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흙 위에 삐죽하게 나와 있는 막대 같은 것도 보였다.
 “내가 가서 살펴보지요”
 멘사는 지프를 후진시켜 좀 떨어진 곳에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렸다. 그 쪽으로 다가가서 흙 위에 솟아 있는 막대를 들여다보더니 허리 춤에서 칼을 뽑았다.
 “뭘 하시려는 거지?”  
 니니가 중얼거리자 우방젠 병원장이 말했다.
 “지뢰를 제거하시려나 보다”
 의과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군사 훈련을 받고 군의관으로 복무하여 병역을 마치게 되어 있었다. 우방젠 병원장은 그 때에 배웠던 지뢰 제거법을 오래된 기억 속에서 찾아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멘사는 칼을 비스듬하게 들고 그 부분의 이곳 저곳을 찔러보더니 칼과 손으로 흙을 긁어내고 있었다. 그런 일을 시작한지 한 참 후에 그는 땅 속에서 무엇인가를 들어냈다.  
 “저게 뭐지?”
 아이들이 떠들자 우방젠 병원장이 말했다.
 “지뢰인 모양이다”
 멘사는 그것을 길에서 좀 떨어진 곳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은 다음 손에서 흙을 털어내고 휴대전화기를 꺼냈다.
 “뮌조우, 도로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 한 개를 지금 꺼내서 도로변에 옮겨 놓았으니, 공병대에 연락해서 수거해 가도록 하게. 여기는… 짜잉똥에서 마웅핑으로 가는 도로의 중간쯤 되는 지점이야. 쉐냥으로 가고 있는 버스들도 역시 노면을 자세히 살피면서 가야 할 것 같아”
 그는 다시 운전석에 올라타면서 손자를 칭찬했다.
 “틴또 덕분에 우리 모두가 살았구나”

 

기사입력 : 2017.05.14. pm 13:15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