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허공에서 손을 휘저으며 뒤척거렸다. 그러다가 다시 아득한 적막이 솜이불처럼 내려와 그를 덮었다. 무거웠던 그의 몸이 아빠와 엄마 그리고 소라와 함께 강을 건너던 그 때처럼 편안해지고 있었다. 
 “벌써… 돌아갈 때가 된 것일까?”
 그러나 아직도 뭔가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그의 뒤꼭지에 걸려 있었다. 강 건너에서 들었던 그분의 음성이 떠올랐다.
 “네가 나보다 먼저 세상으로 갈 수 있겠니?”
 그 물음에 그는 대답했었다.
 “네, 가겠어요”
 그러나 먼저 가라고 말씀했던 그분은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가 지금 어디지?”
 캄캄한 수직갱에 추락했던 때의 그 고통이 여러 개의 못으로 찔러대듯 엄습하는 것으로 보아 강을 건너기 전인 것 같았다. 그가 허공에 대고 다시 물었다.
 “이제, 돌아가도 되나요?” 
 그러나 역시 흑암 속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아직 아닌가?”

 그리고 다시 모든 것이 사라지고 있었다. 다만 온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있는 것을 느끼며 그는 생각의 끈을 놓아 버렸다. 아득하고 포근한 평안 속에서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나 그는 다시 어둠 속에서 입술을 조금씩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외치는 자의 소리여, 빈 들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러자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입술을 움직였어요!”
 그를 둘러싸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으나 이사야의 음성이 여전히 그의 입술을 달싹거리게 하고 있었다.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케 하라”
 그러자 누군가가 그의 몸을 흔들었다.
 “깜보야, 정신이 들어?”
 눈꺼풀이 조금씩 열리다가 다시 닫혔다. 오랫동안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망막에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오기 시작하자 눈이 시렸던 것이다.
 “눈좀 떠 봐”

 그가 다시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깜보야, 내가 누군지 알겠어?”
 희미하게 보이던 얼굴이 또렷해지기 전에 그는 이미 누가 그렇게 물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니니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수직갱 바닥에 떨어져서 꼼짝도 못하고 있던 니니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가 눈을 번쩍 떴다.
 “니니야, 너 괜찮아?” 
 손을 맞잡은 깜보와 니니의 팔에는 모두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다. 그러자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이제 됐어, 의식이 돌아온 거야”
 기뻐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로 보였다. 따치레익 교회의 찌옹티 선교사와 마싼다 이모가 보였고, 멘사와 그의 손자 틴또도 있었다. 그들 가운데서 귀에 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사가 너희들을 받아 안았는가보다”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챈 깜보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식을 듣고 마웅샛에서 급히 달려온 형제병원의 우방뜨 과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