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어디지?”
 흑암 속에서 그는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딘지도 알 수 없었고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혼돈 속에서 깨어나기 위해 마구 몸을 뒤척이자 심한 통증이 온 몸에 못처럼 박히고 있었다.
 “나는, 나는…”
 그러자 강 건너 아득한 곳에서 한 젊은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너와 늘 함께 할 꺼야”
 그가 허공을 향해서 중얼거렸다.
 “이제… 돌아가도 되나요?”
 그러나 더 이상 음성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흑암이 그를 덮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소라의 얼굴이 보이다가 다른 소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니니,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그렇게 소리치며 깜보는 벌떡 일어났다. 다시 온 몸에 심한 통증이 못처럼 박히고 있었다. 그는 헤드 램프를 켜고 주위를 살펴 보았다. 그가 추락한 곳은 큰 원통형 수직갱의 바닥이었다. 암반을 굴착한 것이라면 암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겠으나, 시멘트로 마감된 수직갱이어서 잡을만한 홀드나 크랙도 없었다. 바닥을 더듬다가 그보다 먼저 추락한 니니를 발견했다. 
 “니니, 정신 차려!”
 니니의 코와 목에 손을 대어 보았다. 아직 가늘게나마 호흡이 있었고, 맥박도 희미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나 허기와 갈증으로 현기증이 나는 것으로 보아 니니도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독사나 전갈이라도 있으면 잡아서 씹어 먹을텐데”

 그러다가 깜보의 뇌리에 문뜩 강 건너편에서 돌아올 때 소라가 그의 손에 쥐어 주었던 킷캣의 초코바가 떠올랐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아직 그것이 거기 있었다. 황급히 그것을 꺼내어 빨간 포장지를 뜯고 포장지 속에서 녹아 곤죽이 되었다가 다시 굳어진 초코바가 나왔다. 
 “니니, 이거라도 먹고 정신을 차려 봐”
 그러나 니니는 입술을 움직이지도 못했다. 깜보가 초코바를 베물어 그것을 자신의 입 속에서 녹인 다음 니니의 입에 자꾸만 흘려 넣었다. 그렇게 마구 초코바를 니니의 입에 흘려 넣다가 그는 다시 쓰러졌다.    
 “수, 목, 금, 토, 일 그리고 다시 월, 화, 수, 목, 금…”

 깜보와 니니가 궁가 타이거의 부하들에게 발각된 수요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테러를 막으려면 수직갱을 빨리 벗어나야 했다. 수직갱은 우기에 빗물을 빼기 위해 만든 것 같은데, 아래 쪽에 하수구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깜보는 자신과 니니의 다리에 감겨 있는 각반을 모두 풀어내 연결해서 바를 만들고, 구두를 벗어 그 끝에 달았다.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하던데”
 그는 밧줄 끝에 매단 구두를 4 미터 쯤 되어 보이는 수직갱 상단을 향해 힘껏 던졌다. 그러나 구두는 갈쿠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다시 떨어졌다.

 “주님, 도와 주세요.”
 그는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수직갱 위로 밧줄과 구두를 던졌고, 그 때마다 구두는  떨어져내렸다. 그러다가 마침내 지쳐서 다시 니니 곁에 쓰러졌다. 곤두선 헤드 램프의 불빛 속에 드러난 위의 암벽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눈의 촛점이 흐려지고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갈 때 갑자기 위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뭐지? 혹시 아이들이 저기 빠진 것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