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은 누가복음과 마찬가지로 데오빌로라는 사람을 위해 기록되었다는 언급으로 시작된다. 저자인 누가는 누가복음을 쓸 때, “우리 중에 이루어진 사실에 대하여 … 데오빌로 각하에게 차례대로 써 보내는 것이” 좋게 여겨져서 복음서를 기록했다고 말한다(눅 1:1∼3). 누가복음의 후편인 사도행전도 “데오빌로여”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으로 볼 때, 누가복음과 사도행전 모두 데오빌로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데오빌로는 누구인가? 이 질문은 초대교회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제기되어 왔다. 이 이름은 신약성경 전체에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맨 첫 부분 두 곳에서만 나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을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데오빌로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술을 촉발시킨 인물이라는 점뿐만 아니라, 그에 이름에 ‘각하’라는 호칭이 붙여졌다는 점에서 그의 정체를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누가가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다른 곳에서 벨릭스 총독과 베스도 총독에게만 ‘각하’(‘크라티스토스’)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행 23:26, 26:25)에서 데오빌로를 당시의 로마제국의 고위 관리 중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오빌로가 도미티안 황제의 사촌 플라비우스 클레멘스와 동일 인물이었다는 초대교회 때의 증언도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데오빌로를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2부작의 출간 경비를 담당한 부유한 후원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고대 그리스-로마 사회에서는 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 우선 필기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그에 따라 오늘날과는 달리 집필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으며, 이것이 또한 상당한 경비를 발생시켰고, 게다가 최종 출판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므로 로마의 고위 관리가 누가의 저작을 위한 후원자가 되었다면. 누가가 서문에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그의 후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될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와는 달리 데오빌로를 실재했던 인물이 아니라 가상적인 그리스도인으로 보기도 한다. 누가복음 1장 4절에서 저자는 누가복음을 쓰는 이유가 “(데오빌로) 각하가 알고 있는 바를 더 확실하게 하려 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알고 있는 바”란 복음, 곧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누가는 이 복음에 대한 지식이 그의 독자에게 더욱 확실해지도록 하기 위해 누가복음을 저술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복음(그리고 사도행전)은 불신자가 아닌 믿는 자를 대상으로 기록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신앙이 깊은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신앙이 약한 초신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더 깊이 있는 신앙으로 인도하기 위해 기록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데오빌로란 이름의 뜻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데오’는 ‘하나님’이란 뜻이고, ‘빌로(필로스)’는 ‘사랑하는 자’, 또는 ‘친구’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데오빌로’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 또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란 의미가 될 것이다. 하나님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임을 보여주는 멋진 이름이 아닌가?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데오빌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호성 목사(국제신학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