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빛이 있어야 성장한다. 식물은 빛을 좋아하고 빛이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 엽록체가 없이 기생하는 식물도 빛에 의해 성장한 식물에 붙어 영양분을 얻어낸다. 버섯종류도 빛에 의한 2차로 생기는 부산물인 유기물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생물이다. 빛이 있는 곳에서 생명체가 살아간다.
지구는 빛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지표면은 위도에 따라서 태양 빛의 양이 다르다. 같은 위도에서도 산과 골짜기의 높음과 깊음에 따라서 빛을 받는 양이 다르다. 또한 수목의 종류와 밀집에 따라서 다르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사는 땅에 다양한 생태계를 만드시고 생존방법을 허락하셨다. 종류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르고 꽃도 열매도 제 각각 다르다. 같은 종류에서도 색이 다르고 모양도 크기도 매우 다른 다양성을 나타낸다. 다양한 수목이 동일한 생태계에서 성장하고 발육하려면 빛의 양도 동일하게 필요로 하는 식물생태계를 이룬다면 종류에 따른 그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식물의 종류마다 필요로 하는 빛의 양이 다른데 이는 하나님께서 다같이 살아 갈 수 있도록 이미 치밀한 계획을 세우셨다.
요즘처럼 가을걷이가 끝나고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이 되어도 마지막까지 밭모퉁이에서 혹은 양지바른 곳에서 푸른 잎과 줄기를 유지하는 식물이 있다면 대견해 보인다. 일조량이 부족해지고 지표면은 냉각되기 시작한다. 이 때 식물은 물질대사가 멈추어지거나 매우 느리게 반응을 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생명장치가 겨우 연명되는 시기이다. 온도는 식물의 생장에 주요한 변수이다. 적정온도는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경우는 식물 생존에 위협하게 된다. 특별히 겨울은 식물에게 혹독한 생존의 시기로 대부분의 초본 식물은 그 수명을 다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다. 무성했던 가지와 잎사귀는 영하의 온도에서 속수무책이 된다. 식물은 대부분이 물로 이루어진 조직을 가지고 있어서 물이 얼게 되면 식물은 신진대사를 할 수 없게 되므로 잎이 말리고 뒤틀리어 본래의 모습이나 색을 유지하지 못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잎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바람에 떨어져 간다. 여름철 유난히 빠르게 성장하고 무성한 큰 잎을 자랑하던 잎을 가진 식물이 추위에 더욱 취약하다. 우리나라는 10월 말 쯤이 되면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첫서리가 내린다. 일단 서리가 내리고 영하의 날씨가 연일 반복되면 대부분의 식물은 마치 뜨거운 물에 삶아진 것처럼 힘없이 녹아버린다. 이 때 오히려 성장이 느리고 잎이 작은 일부 식물은 추위를 잘 견딜 수가 있다. 한 여름 강렬한 태양 빛에 무성하던 큰 식물 군락을 자랑하던 식물보다는 영하의 날씨 속에도 그리고 적은 양의 빛 가운데 푸른빛을 나타내는 채소는 더 정겹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영하 4∼5도의 날씨가 반복되고 일조량이 현저하게 줄어든 이 때 갓(사진)은 특유의 맵고 싸한 풍미를 더하게 된다. 갓은 가을 추수기에 이른 다른 곡식의 추수를 끝내고 밭에 씨앗을 뿌리면 짧은 성장 기간 안에 싹을 틔우고 자라면서 모든 식물들이 싫어하는 서리를 맞이한다. 초겨울 황량한 밭에서 추위를 견디며 살아 갈 때 그 맛을 더해간다. 지금이 신선한 갓 쌈이나 갓 김치를 맛보는 시기가 아닐까.
성도의 신앙도 좋은 환경에서 유지되는 것보다 오히려 거칠고 어려운 환경이 더욱 성도의 진면목을 드러낸다. 정금 같은 믿음은 힘든 고난 가운데 더욱 빛나게 된다. 성도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 터 위에 금이나 은이나 또는 보석으로 공적을 세우면 불같은 환란이 있을 때 그 공적이 더 빛나게 된다(고전 3:11∼17).
윤철종(이학박사븡고촌순복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