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을 하고 대회의실에 모였던 자들이 일제히 일어서며 외쳤다.
 “바알 신에게 영광을!”
 깜보가 니니의 손목을 잡았다.
 “이제 우리도 철수할 때가 되었어.”
 그 때였다. 깜보와 니니가 똑 같이 뒤통수에 무엇인가 닿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직한 목소리가 먼지처럼 흘러내렸다.
 “밍 바동?”
 미얀마어로 ‘너희는 뭐냐?’는 뜻이었다. 깜보는 재빨리 니니의 손목에 감겨 있는 도청기의 버튼을 뽑아 던지고 나서 뒤통수에 총부리를 대고 있는 자를 향해 태연하게 반문했다.
 “당신들은 누군데요?”
 총부리가 다시 한번 그의 뒤통수를 찍어 눌렀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
 “우리는… 독사와 전갈을 잡으러 왔어요.”
 “뭐라구?”
 “우리는 그것들을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그들의 뒤통수를 총부리로 누르고 있는 자들은 두 명이었다. 니니의 뒤통수에 총부리를 대고 있던 자가 물었다.
 “놈이 뭐라고 그래?”
 그는 미얀마 사람이 아니고 외지인인 것 같았다.
 “독사와 전갈을 잡으러 들어왔답니다.”
 “뭐라구?”
 “여기서는 독사 스프와 전갈 튀김을 보양식으로 먹거든요.”
 미얀마어를 쓰는 자가 다시 깜보의 등에서 배낭을 벗겨내며 물었다.
 “다 바동(이건 뭐야?)”
 “독사에요. 그리고 저쪽은….”
 니니의 배낭을 벗겨내고 있던 다른 자가 놀라며 외쳤다.
 “뭐라고 했어?”
 미얀마어를 쓰는 자가 다시 통역을 했다.
 “여긴 독사가 들어 있고 그쪽 배낭에는 전갈이 있답니다.”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배낭의 지퍼를 열려고 하자 깜보가 소리쳤다.
 “위험해요!”
 그러나 지퍼는 이미 열렸고, 그 안에 들어 있던 전갈들이 기어나와 사내의 몸을 덮쳤다. 깜보가 지고 있던 배낭의 지퍼도 열렸기 때문에 독사들이 기어나와 고개를 쳐들며 그들에게로 달려들었다. 전갈 떼에게 공격당한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그것들을 털어내고 있는 동안, 미얀마어를 쓰던 사내는 독사 떼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독사들은 더욱 꿈틀대며 달려들었다.
 “니니, 도망쳐야 해.”
 “알았어.”
 그들은 두 사내를 밀쳐내며 어둠 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두 사내가 그들을 향해 총을 쏘았기 때문에 사방에서 돌 조각이 튀고 있었다.   
 “일단 총격을 피해야겠어.”
 그들은 일단 먼저 나타난 커브에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다음 커브에서도, 또 그 다음 갈림길에서도 방향을 바꾸었다. 뒤에서 따라오던 총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니니가 헐떡이며 깜보를 불렀다.
 “그런데, 깜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