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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유전자 ③(68)

 그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니니가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아… 아니야.”
 따치레익 교회에서 한국어를 배운 니니도 어지간한 말은 다 알아듣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대회의실에서 흘러나오는 궁가 타이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바벨탑 건설이 중단된 BC 2357년 이후 우리 가나안의 전사들은 줄기차게 복수의 투쟁을 감행해왔다. 이제 그 4400년의 긴 투쟁을 마침내 우리 세대에서 마무리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그는 또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말을 계속했다.
 “그 동안 일부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투쟁은 사방에서 빛나는 승리를 거두었다. 우리의 와해 전략에 걸려든 권력자들은 모든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켰고, 그들에 저항하는 불만 세력들은 테러를 감행하여 그들의 신에 대한 신뢰를 효과적으로 허물었으며, 선과 정직에 대한 믿음을 다 무너뜨렸다.”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교회 안에서도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성직자들이 타락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다. 우리가 길러낸 무신론자들은 노아의 신을 향해 욕설을 퍼붓고,  헬라와 애굽에서처럼 모든 신들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논리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이제 머지 않아 노아의 신은 우리에게 무릎을 꿇게 될 것이다.”  
 그들 중의 하나가 물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오지 않게 됩니까?”
 “그런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
 궁가 타이거가 큰 소리로 잘라서 말했다
 “이미 전세계에서 배교가 시작되었다.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나라들이 자기네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배교가 시작되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노아의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남자가 그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여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모든 나라들이 잇달아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하거나 허락했고 심지어는 십자가로 국기를 삼은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도 같은 입장이 되었다.”
 또 다른 자가 질문을 했다.
 “그렇다면, 동성 결혼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들은 어딥니까?”
 “노아의 신이 아닌 다른 신들을 따르거나 귀신을 섬기는 나라들, 그리고 아예 종교 활동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나라들, 그리고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지 않는 나라들에서는 오히려 동성애와 동성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그 말을 듣고 좌중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이미 싸움은 끝났군요?”
 부활한 예수를 만난 후로 목숨걸고 이방 선교에 나섰던 바울은 그가 데살로니가 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에서 먼저 ‘배교’하는 일이 있은 후에 ‘불법의 사람’이 나타나리라고 썼다. 바울이 언급한 ‘불법의 사람’이란 곧 노아의 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예수와 싸우는 가나안의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다. 이미 모든 싸움은 끝났고, 하나님의 나라는 물거품처럼 꺼져버렸다. 그러나 그 전에 우리에게는 아직 정리할 일이 한가지 남아 있다.”     
 “우리가 정리할 일은 무엇입니까?”
 궁가 타이거가 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자칭했던 예수가…”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었다.

 

기사입력 : 2016.10.23. am 10:02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