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깜보가 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저희는 지금 곧 출발하겠어요.”
그러자 찌옹티 선교사가 니니와 깜보에게 다가와 그들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이들 두 아이를 주님의 손에 맡깁니다….”
선교사의 기도가 끝나자 깜보와 니니는 멘사에게 꾸뻑 절하여 감사를 표시하고 그의 방을 나섰다. 틴또가 따라 나오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아꼬, 아마…조심해.”
“걱정 말아, 틴또.”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선 그들은 눈을 껌뻑거리며 초점을 조절한 후에 경비원을 따라 눅눅한 동굴 속을 걷기 시작했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암벽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박쥐들이 걸레처럼 퍼덕거리고 있었다. 동굴은 도중에 여러번을 갈라지기 때문에 돌아나올 경우를 대비해서 몇 번째 갈림길에서 좌, 우 어느 쪽으로 방향을 꺾었는지를 모두 기억해야 했다.
“깜보, 길을 잘 기억해 둬.”
니니가 옆에서 소근 거리며 당부했다.
“걱정말아, 니니. 난 하늘에서 온 소년이란다.”
눅눅한 동굴 길을 한참 걸으며 안내하던 경비원이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부터는…너희들끼리 가야 한다.”
“저희끼리요?”
“곧장 들어가다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서너 명이 앉을 수 있을만한 공간이 나타날 것이다. 거기서 왼쪽 바닥을 더듬어 보면 넓적한 돌 하나가 있고, 그것을 밀어내면 주먹만한 크기의 구멍을 통해 대회의실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알았어요.”
“그 안에서는 절대로 소리를 내면 안된다.”
“네.”
“그들이 회의를 끝내기 전에 철수하는 것도 잊지 말 것.”
“그럴께요.”
경비원과 헤어져서 조금 더 전진하다 보니 그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길이 있었다. 그 통로 역시 도중에 여러 통로와 만나게 되어 있었으나 그들은 개의치 않고 앞으로 전진해 경비원이 말했던 곳, 서너 명이 앉을만한 작은 방에 도착했다. 손을 내밀어 왼쪽 바닥을 더듬자, 정말 넓적한 돌 하나가 손 끝에 닿았다.
“이건가 봐.”
“쉿….”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돌을 옮기자 작은 구멍을 통해 먼저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스며나왔다.
“크하넴께서는 왜 아직 안오시는가?”
그 말을 듣고 깜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신경환 선교사에게 들은 것으로는 크하넴이 가나안 말로 제사장이란 뜻이고, 구약 성경에서 제사장을 의미하는 히브리어의 코헨과 같은 의미였던 것이다.
“그럼 이들이 가나안의 자손들이란 말인가…?”
가나안은 대홍수를 건너온 노아의 차남 함의 네 번째 아들이었다. 깜보가 들여다 보니 대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색 천으로 복면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의 하나가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곧 오시겠지.”
그 때 갑자기 웅성거리던 소리가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