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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忍耐)가 필요한 분노(忿怒)의 시대에 살면서

 신입기자 시절, 산 구비를 몇 번을 돌아서야 띄엄띄엄 집이 나오는 깡촌에 취재를 간적이 있었다. 그때 만났던 그 집의 주인 아주머니는 아마도 지금쯤 70세는 족히 되었을 것이지만 그때 그 아주머니가 들려줬던 짤막한 이야기 한토막은 수년이 지난 지금도 어제 들은 이야기처럼 생생하다. 

 그 아주머니는 손가락으로 방바닥에 참을 인(忍)자를 쓰면서 내게 말했다. 인생을 살면서 분을 낼 일이 참으로 많을텐데 그때마다 참을 인(忍)자를 한번만 생각하면 큰 일은 안 생길거라고…. 그러고는 그 아주머니의 시어머니에게 들었다는 옛날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옛날에 돈벌이를 위해 먼 길을 떠난 남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그 남편이 집에 돌아와보니 문 밖에 아내의 신발과 함께 남자의 신발 한 켤레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보니 아내와 남자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그걸 본 남편은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식칼을 들고 나와 안방문을 열고 들어가 칼을 번쩍 들어 찌르려고 하는 순간 번쩍이는 칼을 보니 마음심(心)에 칼날인(刃)자로 만들어진 참을 인(忍)자가 떠올랐다. 잠시 멈칫하고 있는 사이 아내가 눈을 떴다. 그순간 남편을 본 아내는 너무나 반가워 어쩔줄을 몰라 했다. 남편은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지금 이런 광경을 들키고도 남편을 너무나 반가워하는 아내가 너무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내 옆에 누워있던 남자는 여자가 아니라 남장을 한 여자 친척이었다. 밤길이 험해 남장을 하고 친척집에 온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이야기다. 모든 일에는 과정이 따르게 마련인데 과정의 이해 없이 바로 분노로 폭발되는 시대, 그래서 쉽게 싸움이 나고 싸움이 급기야는 사고나 살인으로 이어지는 시대, 1초만 멈칫하고 참을 인(忍)자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만일 우리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참을 인(忍)자를 사용하지 않으신다면 과연 몇 명이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사입력 : 2016.09.25. am 09:30 (입력)
최정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