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에게 던지라 ③ (58) |
 니니와 함께 정상에 오른 깜보가 발 밑에 보이는 크고 작은 산들을 내려다 보면서 다시 이사야서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마지막 때에 성전의 산이 모든 산 꼭대기에 굳게 설 것이요, 모든 작은 산 위에 뛰어나리니 만방이 그리로 모여들 것이라.” 니니가 그 뒤를 받았다. “그가 열방 사이에 판단하시며 많은 백성을 판결하시리니, 무리가 그들의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그들의 창을 쳐서 낫을 만들 것이며…” 놀랍게도 틴또 역시 그 대목을 알고 있었다. “이 나라와 저 나라가 다시는 칼을 들고 서로 치지 아니하며 다시는 전쟁을 연습하지 아니하리라.” 틴또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조금 아래 쪽으로 내려가더니 나무 덤불을 헤쳤다. 입을 벌인 구덩이 하나가 나타났고, 땅 속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 때, 갑자기 사방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약간 흔들리는 풀섶 사이로 네 개의 총구가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 틴또 역시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저, 틴또에요. 할아버지를 만나러 왔어요.” “다른 두 놈은?” “업무상의 방문이에요.” “알았다, 들어가라.” 틴또가 먼저 동굴 아래로 내려가면서 깜보와 니니에게도 빨리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들이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져서 한동안 눈을 깜빡거리며 초점을 조절해야 했다. 틴또가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등 하나를 꺼내 들었다. 불을 켜자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퀴퀴한 냄새가 나는 암벽에 걸레 조각처럼 너덜너덜 걸려 있는 것들이었다. “저게 뭐지…?” 틴또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박쥐들이야.” “엥?” “밤에만 활동하기 때문에 낮에는 저렇게 거꾸로 매달려 잠을 자거든.” “그런데, 이것들은 또 뭐야?” 틴또를 따라 들어가던 깜보가 동굴 바닥 이곳 저곳에 깔때기 모양으로 쌓여 있는 이상한 무더기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 그건 박쥐 똥이야.” “그런데 누가 왜 박쥐 똥을 이렇게 쌓아 놓았지?” “박쥐들이 쌓아 놓은 거야. 박쥐는 곤충이나 벌레들을 잡아먹고 사는데, 똥을 싸면 저렇게 모아서 탑처럼 쌓아 놓는 습성이 있거든.” “거 참…이상한 놈들이로군.” “시날 땅에서 바벨탑을 쌓던 인간의 흉내를 내고 있는 모양이야.” 그들은 동굴 안에서도 몇 군데 길목에서 경비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동굴의 끝, 멘사의 방을 지키는 마지막 경비원에게 틴또가 물었다. “할아버지는 혼자 계신가요?” “손님과 이야기 중이셔.” “손님이라면?” “따다나뷰… 찌옹티 선생이 오셨어.” 틴또가 곧장 멘사의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니니가 그를 제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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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 2016.07.24. am 10:20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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