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세일 산 꼭대기에 자리 잡고, 바위 틈에 요새를 건설한 에돔 족속에게 내린 경고였다. 야곱의 형 에서의 자손인 에돔 족속은 야곱의 자손 이스라엘이 바벨론에게 점령 당할 때 깔깔대고 웃으며 조롱하다가 예레미야 선지자의 저주를 받았던 것이다. 깜보가 그 다음을 외웠다.  
 “네가 독수리 같이 보금자리를 높이 지었을지라도 내가 거기서 너를 끌어내리리라… 이건 마치 마약왕 멘사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그러자 니니가 손가락을 입에 대었다.
 “쉿.” 
 “왜… 멘사가 나타났어?”
 “멘사는 틴또의 할아버지야.”
 “뭐라구?”
 그제서야 깜보는 마싼다가 왜 어린 틴또를 안내자로 세웠는지를 알아챘다. 틴또는 그들의 이야기를 못들은 척 그대로 바위를 오르고 있었다. 
 “그가 왜 손자의 이름을 틴또라고 했을까?”
 “어렸을 때 미국군의 영내에 있는 교회에 간 적이 있었대.”
 “멘사가 교회에?”
 니니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왜 마약왕이 된 거야?”
 “영국과 미국의 정책에 실망해서, 교회까지 미워하게 되었대.”
 그럴만도 했다. 영국 선교사들이 자국의 아편 전쟁 도발을 모른 척 했던 것처럼 미국도 잔류 국부군이 마약 재배로 군자금 조달하는 것을 방관했던 것이다.
 “교회를 미워한다면서 손자의 이름은 왜 틴또라고…”
 그러다가 깜보는 질문을 바꾸었다.
 “그런데 틴또는 어떻게 교회에 다니게 된 거야?”
 “미얀마를 돕고 있는 한국 사람들 때문에 감동해서 끄리양에 대한 멘사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새마을 사업을 지도해 주는 코이카의 봉사자 중 상당수가 끄리양이거든. 그래서 따치레익에 교회 건물을 짓는 것도 묵인해 준 거야.” 
 끄리양은 곧 크리스천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랬었구나.”
 깜보는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성경 구절을 떠올렸다.
 “오직 선을 행함과 서로 나누어 주기를 잊지 말라, 하나님은 이같은 제사를 기뻐하시느니라…”  
 “히브리서에 나오는 구절이로구나.”
 “천국의 복음과 율법주의 사이에서 계속 미적거리고 있던 야곱의 자손들, 즉 히브리 사람들에게 보낸 아볼로의 편지가 히브리서였지. 아마도 히브리 사람들에게는 율법 그 자체가 자기네 우상이 되었던 것 같아.”
 “하나님을 금과 은으로 깎아서 만든 가나안 사람들처럼?”
 “십계명의 첫 번째 계명을 어긴 셈이지.”
 멘사의 본부가 가까워진 것인지 길목마다 무장한 사내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틴또를 알기 때문에 고개를 끄떡이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경비가 대단하군.”
 깜보의 말에 니니가 설명을 보탰다.
 “전에는 이 삼각지대가 정부군의 주둔지보다 더 삼엄했어. 지금은 아편을 판매하는 조직이 축소되어서 경비원의 수도 많이 줄어든 거야.”  
 경비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올라가던 틴또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형, 힘내요. 이제 다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