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 풍조, 인격살상 시대에 생각해 봐야

 최근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원한과 증오에 의한 살상으로 얼룩져있다. 사람들은 보이는 흉기와 보이지 않는 흉기를 가슴에 가득 품은 채 살아가는 것만 같다. 도처에 묻지마 살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층간소음으로 야기된 분쟁이 살인으로 이어진다. 주차장도 살상의 피로 얼룩져 있다. 폭언과 폭행은 날로 잔인해져 간다. ‘갑질횡포’도, 가습기 사건도, 유해식품 논란도, 유기견이 늘어가는 것도 배경에는 생명경시 풍조가 있다. 인격살상은 또 어떤가. 독선과 편견을 가지고 무조건 상대방의 인격을 해치는데 혈안이 되어 가고 있다. 사이버의 ‘악플 광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는가. 그러다 보니 사회가 점점 살벌하고 사악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연소화 되어 가고 사악해져 간다는 사실이다.

 기독교는 생명을 존중하는 종교다. 모든 피조물의 생명은 창조주의 고귀한 선물이다. 크리스천은 풀 한 포기의 생명에서부터 소자의 생명, 모든 인격의 생명을 사랑하며 그 가치를 역동적으로 보전하는데 살아가야 한다. 최근 저출산 시대, 삭막한 시대에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베이비 박스’는 교회에서 일으킨 운동으로 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베이비 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의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자로 2009년 기독교에서 출발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창세기의 생명 창조에서부터 시작, 요한계시록의 ‘생명나무’에 대한 언급으로 끝난다. “만일 누구든지 이 두루마리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두루마리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여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2:19). 생명나무는 그리스도의 구원의 은혜이며 영생이다. 거룩한 성은 영원한 천국이다. 요한은 복음서를 기록할 때도 서문에 이렇게 강조한다.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요 1:4) 요한은 갈릴리의 어부였다. 침례 요한을 통해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고 ‘예수의 사랑하시는 제자’(요 13:23)로 불렸다. 최후의 만찬에서는 예수님의 품에 누웠다(요 13:25). 그는 요한복음을 비롯, 요한일·이·삼서, 요한계시록을 썼다. 사랑은 비밀도 깨닫게 한다. 왜 요한이 세상 마지막 비밀을 구체적으로 알았을까? 사랑의 힘이다. 성경의 마지막이 요한의 서술이라고 할 때 우리는 중대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은 관심이며 시선 밖을 더 잘 본다고 했던가. 요한복음은 마태, 마가, 누가의 공관복음(共觀福音)처럼 그리스도의 생애를 연대순으로 기록하기보다 ‘그리스도의 신성과 구주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일까. 요한복음에는 다른 복음에 기록되지 않은 그리스도와 관련된 세밀한 내적, 외적 상황이 다양하게 표출된다. 성령에 관해 ‘보혜사’란 명칭을 쓴 것도 요한이다(요 14:16). 예수님께서 “나는 무엇이다”하신 말씀이, 그리스도의 정체성이 가장 명확하고 다양하게 나와 있는 복음서도 요한복음이다. 그리스도에 관해 요한은 ‘생명의 떡’(요 6:35), ‘풍성한 생명’(요 10:10), ‘길이요 진리요 생명’(요 14:6) 등을 언급한다. 생명에 대해 가장 많이 나와 있는 복음서가 요한복음이다.

 요한은 영원한 생명을 간직할 뿐 아니라, 생명의 인격을 사랑할 것을 끊임없이 그의 저서에서 강조한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요 13:34∼35). 새 계명이 사랑인 것을 다른 복음서에 비해 월등하게 강조하고 있다(요 14:15, 14:21, 15:10, 15:12). 요한일·이·삼서에 이르러서는 ‘생명과 사랑’이 더욱 밀도 있게 그려지고 있다. 여기서는 요한복음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생명과 새 계명, 사랑에 대해 언급한다. 요한일·이·삼서는 시작도 영원한 생명이며(요일 1:1), 마지막 정리도 생명의 은혜(요일 5:16)다. 그러면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자는 새 계명,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믿음과 사랑의 일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제자가 어디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말씀,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요한삼서 2절)도 요한이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사랑의 사람 참으로 사랑했던(요한삼서 1절) 가이오’가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심정에서 나온 말이 아닌가. 사랑은 진리를 낳는다. 뿐만 아니다 사랑은 핍박 가운데 위대한 환상을 보게 한다. 요한은 도미티아누스 황제 때 밧모섬으로 유배를 당하지만 거기서 환상을 보고 계시록을 쓴다. 다시 오실 예수님을 그리며 핍박을 이기게 해주는 것도 생명과 사랑의 영성이다.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계 22:20)

 종말론적인 시간과 징후, 현상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요한의 영성에 다가가야 한다. 생명과 인격이 무참히 짓밟히는 시대, 요한의 절규 같은 “사랑하는 자여, 참으로 사랑하는 자여 영혼이 잘됨 같이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간구하노라”는 심정을 회복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존귀하며 모든 인격은 소중하다.

<신앙계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