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쥐에게 던지라 ① (56) |
아이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바위와 나무 사이를 기어 오르고 있었다. 몸이 가늘어서 허약하게 보였는데 그만큼 가벼운 것 같았다. 아이에게 지지 않으려고 바짝 따라붙던 니니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를 불렀다.
“틴또, 좀 천천히 가자꾸나.”
앞서가던 아이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마, 힘들어?”
니니를 아마 즉 누나라고 부르며 틴또가 씨익 웃었다.
“그렇게 너무 서두를 건 없다는 거지.”
“이모는 급하다고 하던데?”
마싼다는 쪼야웅 대표의 지시대로 따치레익 교회에 남고, 아이들 셋만 산으로 보냈던 것이다. 잠잖고 그들을 뒤따라 온 깜보가 틴또에게 물었다.
“그런데 틴또, 넌 토요일에 태어난 거냐?”
토요일에 태어난 아이들의 이름에 틴을 붙여주는 것이 미얀마 사람들의 관습이기 때문이었다. 틴또가 고개를 끄떡였다.
“맞았어, 난 토요일의 양이야.”
틴 다음에 붙은 ‘또’는 양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누가 하필이면 네 이름을 토요일의 양이라고 지었을까?”
“주말의 양처럼 편안하라고 할아버지가 지었대.”
“토요일에 태어난 양이라고 편안할 줄 알았다면 틴또의 할아버지는 크게 오해를 하셨던 게로구나.”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틴또가 웃었다.
“토요일은 안식일이어서?”
율법 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양을 잡아 화제(火祭)로 드렸고, 토요일 즉 안식일에는 양 두 마리를 더 드리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다 알고 있다니 제법이로구나.”
“사야가 가르쳐 주셨거든.”
따치레익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따다나뷰, 즉 선교사를 틴또는 사야, 즉 선생님이라고 했다. 그가 제법 어른처럼 자기 생각을 말했다.
“어차피 양은 다 제물로 드려지는 거니까.”
매월 초하루에는 양 일곱 마리를 잡아서 바쳤고, 유월절에는 사람과 가축의 모든 초태생을 대신해서 역시 양이 제물로 드려졌다. 뿐만 아니라, 뒤이어 이레 동안 계속되는 무교절과 추수 후 이레 동안 이어지는 초막절 같은 특별한 기간에는 매일 일곱 마리의 양을 바쳤던 것이다. 그 외에도 율법을 어겼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생기면 또 양을 잡아서 속죄 제물로 바쳤다.
“하지만 그건 율법 시대의 규례였고, 예수님이 모든 양을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리셨으니까 더 이상 양을 잡을 필요는 없겠지.”
위로하듯 말하자 틴또가 다시 산을 오르며 씨익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헌신을 다짐한 제물이라고 배웠어.”
“그 교회의 따다나뷰는 훌륭한 제자를 두셨네.”
틴또는 웃으며 더 빨리 산을 올랐다. 정상이 보이는 것 같았는데 올라가 보면 그 위에 또 산이 있었다. 부지런히 틴또를 따르던 깜보도 호흡이 가빠졌다. 쪼야웅의 추측대로 그는 몬 족 출신인 듯 한데 산에서는 샨 족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산 위에 또 산이 있구나.”
깜보의 말에 니니가 예레미야 서에 나오는 구절을 중얼거렸다.
“바위 틈에 거하며 산 꼭대기를 점령한 자여, 스스로 두려운 자로 여김과 네 마음의 교만이 너를 속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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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7.10. am 10:21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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