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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에 대하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쓴 피에르 쌍소에 따르면 느림이란 시간을 급하게 다루지 않고, 시간의 재촉에 떠밀러 가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에서 나오는 것이며, 또한 삶의 길을 가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능력과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는 단호한 의지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살아왔다. 지칠 줄 모르게 활동하는 것을 고귀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에 살고 있다. 오직 생산에 의해서 우리의 가치가 결정되는 사회 속에서 우린 무조건 달려야 한다. 그러다 어느 계기에 의해, 가령 몹쓸 질병에 걸렸거나 혹은 배우자나 지인의 죽음을 통해서 우린 지칠 줄 모르게 달려온 세월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위해 달렸던 것인가’를 묵상하게 된다. 그 날이 반드시 오게 된다.

 나 역시 이 땅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일보에서 26년간 성실히, 지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살았다. 그러다 두 번의 수술을 받게 됐다. 병실 침대에 누워 질주의 세월 속에서는 제기하지 않았던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나는 누구였으며 지금의 나는 누구인가?’‘나는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내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던가?’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지칠 줄 모르게 달려갔던 그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무기력한 피조물로 자기의 존재의미를 생각하게 된 병상의 시기일 수 있다. 그래서 ‘고난이 내게 유익이라’는 성경 말씀은 진리다. 내 경우에도 두 번의 수술은 어떤 가르침보다 더 귀한 배움의 기회를 줬다.

 안식일(Sabbath)이라는 말은 ‘그치다’ 또는 ‘중지하다’라는 뜻의 동사 ‘사바트’(shabbat)에서 파생됐다. 인생길 가다보면 그쳐야 할 때가 있다. 그침과 멈춤, 안식을 통해 우리 인생의 주인은 지칠 줄 모르게 달려가는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하게 된다. 인생은 끊임없이 하나님께로 다가가는 여정이다. 하나님의 집을 향한 열정이 우리 마음에 내재되어 있다. 멈춤을 통해서 그 내재된 열정에 불이 지펴질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멈춤이건, 질주를 멈추고 잠잠하게 되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 잠잠한 가운데 ‘하나님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기에.


이태형(기록문화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 2016.07.10. am 10:10 (입력)
오정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