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묵의 파파베라 ⑤(55) |
“타고르도 벌써부터 그걸 예감했던 것 같아.”
벵골 주에서 ‘정글북’을 쓴 영국인 키플링이 190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지 6년 후인 1913년 벵골 주 출신의 시인 타고르가 시집 ‘기탄잘리’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마르코 폴로가 황금의 나라로 지목했던 ‘지빵구’ 즉 일본을 방문했으나, 거기서 인류의 희망을 걸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고, 오히려 영국에 눌려 살던 인도처럼 일본에 유린당하는 코리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동방의 등불을 말하는 거야?”
그가 일본을 세 번째 방문했던 1929년, 조선의 동아일보가 동경 지국장을 통해 그에게 조선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그러나 일본의 방해로 방문이 어렵게 되자 그는 동아일보 지국장에게 ‘동방의 등불’이라는 짤막한 시 한편을 써 주었는데 그것이 그 해 4월 2일자 동아일보에 실렸던 것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 시기에…”
깜보가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시를 중얼거렸다.
“빛나는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여, 그 등불이 다시 켜지는 날에 그대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
깜보가 다시 니니를 바라보았다.
“그런데…한국의 국제협력단 코이카의 전문가들이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새마을 운동의 효과가 그렇게 빨리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움츠린 기간이 길수록 다시 뛰어오르는 속도는 더 빨라지나 봐. 한국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수백년 걸려 이룬 것을 불과 50여 년만에 해냈잖아?”
“그러나 미얀마는…”
“미얀마는 1962년의 쿠데타 이후 폐쇄된 채로 50여 년을 주저앉아 있었어. 지난날 한국은 사방에 돈을 빌리러 다니느라고 허둥댔지만 지금 미얀마는 한국의 ODA가 원조를 해 주고 있거든.”
코이카의 농업 기술과 ODA의 자금 원조는 이미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지프가 국경 마을 따치레익을 지나자 높은 언덕 위에 황금 빛으로 번쩍이는 파야가 보였다.
“저기 보이는게 쉐다곤 파야란다.”
니니가 가르쳐 주었다. 쉐다곤은 황금의 언덕이란 뜻이었다.
“쉐다곤 파야는 양곤에 있다고 들었는데.”
마싼다가 입을 열었다.
“따치레익의 쉐다곤 파야가 곧 샨 족의 자존심이지.”
“네?”
“양곤의 쉐다곤 파야는 6세기 경에 몬 족 사람들이 세운 거야. 이곳의 샨 족 사람들 역시 우리의 수준도 결코 너희만 못지 않다는 자존심으로 양곤의 파야와 똑같은 이름의 파야를 저 언덕 위에 세웠거든.”
좀 더 가다가 마싼다는 한 깨끗한 건물 앞에 지프를 세웠다. 하얀 단층 건물의 출입구에는 갈색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었다.
“교회에요?”
깜보가 놀라며 묻자 마싼다가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 파야찌웅이야.”
미얀마 사람들은 교회에도 파야를 붙여서 교회라는 말로 사용했다. 쪼야웅이 말한대로 테라바다의 파야는 주인의 자리를 비워 둔 깨달음의 집이었고, 파야찌웅으로 불리우는 교회는 곧 주인을 모셔들인 집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 교회 건물에서 깡마른 소년 하나가 뛰어나오며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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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6.07.03. am 11:03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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